[사설]재벌 총수의 편법 증여

동아일보 입력 1998-01-24 20:39수정 2009-09-25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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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굴지의 재벌 SK그룹이 회장 아들과 사위에게 거액의 주식을 편법증여한 사실이 드러나 빈축을 사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SK그룹이 대한텔레콤 주식 1백만주를 회장의 큰아들과 사위에게 주당 4백원에 넘긴 사실을 밝혀냈다는 것이다. 이 주식은 유공과 선경건설이 주당 1만원에 출자한 것으로 적어도 액면가와 양도가격의 차액 96억원이 결국 편법으로 아들과 사위에게 증여된 셈이다. 문제의 주식이 증권시장에 상장되는 경우 실제 이득규모는 그보다 훨씬 많아질 것이다. 따라서 증여세의 엄격한 추징여부가 앞으로의 관심거리다. 그러나 그보다는 이로써 SK그룹 총수의 아들과 사위가 대한텔레콤 주식 100%를 갖게 된 사실이 중요하다. 우리 재벌들이 알짜배기 계열회사의 소유권과 지배권을 이런 식으로 대물림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표본이다. 재벌기업의 경영투명성 제고와 세습적 지배구조개선이 개혁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때다. 다른 재벌기업에도 이런 식의 편법증여가 없는지 철저하게 가려내고 세법과 공정거래법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개인의 재산권을 보장하고 있는 헌법정신에 비출 때 기업주가 주식과 개인재산을 아들과 딸들에게 물려주는 것은 재벌그룹이라 해서 잘못일 게 없다. 그러나 그것은 관련 세법과 공정거래법 등 실정법질서를 철저하게 지키며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그동안 갖은 편법을 동원해 결과적으로 세금을 포탈하고 기업이익을 빼돌리면서 지배권을 대물림해 온 재벌이 많다는 지적들이다. 그 결과 부(富)의 정당성이 훼손되고 기업과 자본의 이미지가 왜곡되었다. 우리 사회에 대립적 노사관계관이 고질처럼 확산된 이유도 어쩌면 부의 상속이 편법으로 이루어지고 그 결과 부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정서가 뿌리내릴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기업계 일각에서는 일생 뼈빠지게 모은 재산을 자식들에게 물려줄 수 없다면 기업의욕이 생길 리 없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상속과 증여의 길은 열려 있다. 다만 증여세와 상속세를 법대로 내면 된다. 그리고 그 양도과정이 투명하기만 하다면 문제삼을 이유가 없다. 부의 양도와 상속에도 이제는 선진적 질서를 세워가야 한다. 특히 우리 재벌그룹들은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를 부른 현 경제위기에 대해 책임이 있다. 재벌의 성장은 국민부담 위에 이루어졌다. 지금 근로자와 다수 국민은 IMF한파 속에서 과거부실의 대가를 고스란히 도맡아 치러내고 있다. 편법 증여와 상속을 통한 지배권세습과 불투명경영을 차단하는 일은 재벌개혁의 핵심과제 가운데 하나다. 국민은 당국의 의지를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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