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25시]이헌/프로농구 답답한 심판…맥빠진 경기

입력 1998-01-19 20:59수정 2009-09-25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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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의 묘’. 규정의 큰 틀을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선수와 관중에게 모두 편의와 흥미를 부여하는 방향으로 경기를 끌고 나가는 것을 말한다. 18일 프로농구 나래블루버드대 SBS스타즈전은 다시 한번 심판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경기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날 판정은 옳고 그름을 떠나 원활한 진행이라는 경기운영의 대전제에 정면으로 배치됐다. 팽팽한 접전이 불을 뿜던 3쿼터 중반. 56대 59로 SBS가 근소하게 앞선 상황에서 골밑에서 몸싸움을 벌이던 나래의 제이슨 윌리포드에게 반칙이 선언됐다. 자신의 파울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그는 심판에게 다가가 물었다. “Who(누구)?” 다소 불만스런 표정이었지만 그의 질의는 ‘누가 파울을 했느냐’는 것. 반칙을 한 사람을 적시해달라는 얘기였다. 그러나 이를 욕설쯤으로 오해한 심판은 그에게 테크니컬파울을 선언한 뒤 이에 항의하는 최명룡감독에게도 곧바로 벤치테크니컬파울을 적용했다. 자유투 4개가 주어졌다. 문제가 된 4쿼터 후반. 다섯번째 반칙을 선언당한 윌리포드가 역시 납득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어필하자 심판은 지체없이 ‘칼’을 뽑아들었다. 선수의 파울이 다 차버렸기에 벤치테크니컬파울. 관중석에선 일제히 야유가 터져나왔고 상당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경기장을 떠났다. 의욕을 잃은 선수들이 손을 놓아 순식간에 맥빠진 경기가 됐음은 물론이다. 법의 잣대가 늘 최상의 선택이 아니듯 규정집을 그대로 코트로 옮겨놓는 것 또한 항상 최선일 수는 없다. 막힌 곳을 뚫어주고 답답한 부분을 시원하게 해주는 역할을 심판에게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이날 경기를 지켜본 한 원로농구인의 탄식은 그래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선수는 없고 심판만 보인다.” 〈이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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