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동욱/재벌개혁 스스로 환골탈태해야

  • 입력 1998년 1월 12일 20시 22분


재벌들도 된서리를 맞게 됐다.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은 우리나라 재벌들이 스스로 개혁을 단행해야만 한다는데 김영삼(金泳三)대통령과 의견을 같이 했다고 한다. 이에 앞서 국제통화기금(IMF) 협약에서도 재벌 산하 기업들 간의 상호지불보증을 전면 금지토록 하고 있다. 또 재벌 기업들에 대해 결합재무제표를 만들도록 해 ‘선단식 경영체제’에 종지부를 찍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 재벌의 해체나 변신을 촉구하는 국내외의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 외국만 유리하게 돼도 곤란 ▼ 지금까지 한국의 재벌들이 경제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앞으로 이들 재벌이 경제발전에 기여하는 순기능보다도 경제력 집중 등 역기능을 더 많이 할 것이라는 전망이 재벌의 변신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재벌도 철저한 자기 반성이 없어서는 안된다. 단적으로 지적해 지금 한국 경제가 IMF 관리체제로 들어가게 한 근인(近因)도 재벌들의 무책임한 기업 확장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재벌들이 자기자본의 5배 내지 20배에 이르는 ‘빚경영’을 하다가 부도를 냈거나 부도를 내게 돼 그것이 전무후무한 금융위기를 불러왔다. 이같은 상황에서 2백20억달러나 되는 외국인들의 주식투자 자금이 빠져 나갔으며 이로 인해 주가(株價)가 폭락하고 환율(달러값)이 폭등했다. 따라서 앞으로 재벌기업들간의 상호지불보증을 하지 못하게 하고 결합재무제표를 작성하게 하는 동시에 25%를 넘는 주식지분을 갖지 못하게 한다면 재벌의 역기능은 크게 약화할 것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재벌 아닌 기업들의 순기능은 크게 신장될 것이다. 하지만 이웃 일본에서 50년전에 재벌을 해체했다가 최근 다시 독점금지법을 개정, 지주(持株)회사를 만들어 재벌의 부활을 꾀하고 있다는 사실에 우리는 각별히 주목해야 한다. 일본 미국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 기업들은 지구촌의 무한경쟁에서 그동안 한국의 재벌기업들이 대규모 프로젝트를 따낸 것은 한국 재벌의 선단식 운영에 의한 코스트다운 경쟁에서 자신들이 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같은 인식이 일본에서의 재벌 부활을 부추긴 것이다. 아울러 이같은 인식의 국제적 확산이 IMF로 하여금 한국 재벌의 해체 내지 약화에의 길을 유도한 것인지도 모른다. 따라서 한국 재벌의 패러다임을 그대로 두어서는 안되겠지만 앞으로 국내에서도 불꽃튀게 전개될 국제적 기업간의 무한경쟁에서 한국의 재벌기업들이 순기능마저 할 수 없도록 손발을 묶어버리는 우(愚·어리석음)도 저질러서는 안된다. 물론 재벌의 순기능을 계속 살리지 않으면 안된다는 주장이 재벌의 상호지불보증 금지나 결합재무제표 작성 등을 소홀히 다루는 구실이 되어서도 안된다. 결론적으로 말해 우리가 앞으로 재벌문제를 다루는데 있어서 꼭 지켜야 할 대목은 적어도 외국 기업과 동일한 대우만큼은 해 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 글로벌 경영체제로 전환을 ▼ 예를 들어 한국 재벌은 우리나라 은행의 주식을 4% 이상 소유하지 못하게 규제하면서 외국 기업이나 은행에는 국내 은행의 주식을 10% 이상 살 수 있도록 허용하는 식의 공정하지 못한 역(逆)규제가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여름에는 모시적삼을 입어야 하지만 겨울에는 털 스웨터를 입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재벌에 대한 정책도 경제적 국경이 있을 때와 없을 때가 같을 수 없다. 우리의 재벌들이 지금까지 어떤 잘못을 저질렀다고 해서 이에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 같은 정책을 펴서도 안된다. 이에 앞서 재벌 스스로도 친족(親族)경영에서 벗어나 전문 경영인에 의한 글로벌(Global)경영체제로, 문어발식 경영에서 업종을 전문화하는 환골탈태(換骨奪胎)의 자기 혁신을 이번 기회에 꼭 이루어야함은 말할 것도 없다. 이동욱<언론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