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위기의 축산업

  • 입력 1998년 1월 12일 20시 22분


국제통화기금(IMF) 한파는 농어촌에도 예외 없이 불어닥치고 있다. 환율 급등에 따라 유류 사료 비료값이 폭등하면서 농어민의 한숨이 날로 늘고 있다. 더구나 올해 세수부족을 이유로 농어업용 유류에까지 새로 세금을 매길 예정인데다 각종 영농자재와 생활물자의 부가세 영세율(零稅率)적용을 철회할 방침이어서 농어촌의 파산과 농축수산업의 기반붕괴가 우려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어민의 시름과 아픔은 벼랑끝에 몰린 국가경제의 위기상황에 묻히고 각종 개혁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 타결 이후 새로운 농가소득원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시설원예도 유류값 인상으로 된서리를 맞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화훼류는 수요가 절반 가까이 줄고 값마저 떨어졌다. 어민들도 고통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영어(營漁)비용에서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경유값이 지난해보다 무려 2배 이상 뛰었다. 양식어업도 양어사료값이 3월 이후 다시 50% 가량 더 오를 전망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축산업이다. 최근 사료값이 크게 치솟고 그나마 구입하기조차 어렵다. 이때문에 축협공판장과 도축장엔 소 돼지 등의 도축물량이 홍수를 이루며 값도 큰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축산물 파동이 아니라 축산업 자체의 기반붕괴로 이어질 것이 뻔하다. 정부는 소값이 안정될 때까지 산지 소 수매를 계속한다는 방침이나 그런 미봉책으로는 축산업을 지킬 수 없다. 축산업을 살리기 위한 가능한 모든 정책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모든 산업이 다 그렇지만 축산업 또한 한번 무너지면 다시 일으키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사료 수급안정이고 또 하나는 적정 규모의 사육마릿수 유지다. 사료수급 안정을 위해서는 농축협을 통한 연지급 수입신용장의 개설로 사료원료를 제때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사료의 가수요를 해소하고 일부 사료업체의 생산중단을 막기 위해서다. 축협 사료공장의 생산확대와 함께 축산농가에는 볏짚과 농가부산물 등 조(粗)사료 사용을 적극 권장해야 한다. 사양(飼養)관리 방법의 개선은 축산업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적정 규모의 사육마릿수는 사료부족 시대에 축산업 기반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생산성이 낮은 소 돼지 닭 등은 과감히 수를 조절해야 한다. 특히 돼지고기는 축산물 수출의 새 주력품목으로 떠오른 만큼 사육마릿수 조절과정에서 대량 도축되는 물량이 소화될 수 있도록 대일(對日)수출지원책 같은 것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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