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부형권/소비자파산 문의 빗발

  • 입력 1998년 1월 12일 19시 48분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지법 청사 2층 민사신청과. 법정관리나 화의를 신청하거나 관련사항을 문의하려는 회사 관계자 4,5명에게 둘러싸인 법원 직원에게 30대 초반의 남자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제가 파산선고를 받으면 모든 빚은 저절로 청산되는 겁니까.” 그는 “파산선고가 나면 공사법(公私法)상 불이익이 따르고 면책결정을 받지 못하면 평생 ‘파산자’로 살면서 빚을 갚아야 한다”는 직원의 설명을 듣고는 낙담한 듯 발길을 돌렸다. 서울지법 본원과 산하 5개 지원에는 ‘국제통화기금(IMF) 한파’가 본격화한 지난해 12월 이후 소비자파산 신청절차와 관련비용 등을 묻는 시민들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해 5월 대학교수 부인 현모씨(41)가 국내 최초로 파산선고를 받을 때만 해도 ‘남의 일’이었던 소비자파산이 ‘IMF 시대’를 맞아 ‘내 일’이 된 것. 이에 따라 변호사업계는 소비자파산 신청이 한해 6만여건이나 되는 일본의 소비자파산 관련자료를 구해보는 등 대비하고 있다. 덕원법무법인 이병렬(李秉烈)변호사는 “연쇄적인 기업부도에 이어 대규모 정리해고가 시행되면 소비자파산의 급증은 불가피하다”며 “자매결연을 하고 있는 일본 변호사한테서 관련 법령과 자료를 넘겨받아 본격적인 연구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조계 일각에서는 소비자파산이 모든 빚쟁이의 ‘만병통치약’처럼 오해되는 데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서울지법 민사50부의 한 판사는 “소비자파산제는 건전한 채무자에 대한 마지막 구제책일 뿐이며 악덕채무자는 파산자 심문이나 채권자의 이의신청 절차 등을 통해 철저히 가려진다”고 지적했다. 〈부형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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