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사라지는 별」마라도나 『영욕의 20년』

  • 입력 1997년 10월 26일 19시 37분


「사라지는 별」 디에고 마라도나(37·아르헨티나). 70년대말부터 현재까지 세계축구계에서 가장 화려하게 빛났던 「최고의 별」 마라도나가 서서히 「수명」을 다해가고 있다. 77년 17세의 어린 나이로 아르헨티나 국가대표팀에 선발되며 「축구 천재」의 탄생을 알린 후 82년, 86년, 90년, 94년 월드컵에 네번이나 출전하며 최고의 스타로 명성을 떨쳤던 마라도나. 하지만 그라운드에서의 화려함과는 반대로 사생활에서는 온갖 기행과 추문으로 얼룩진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며 쓸쓸히 사라져가고 있는 것. 마라도나만큼 영욕의 부침이 심했던 그라운드의 스타도 드물다. 모국에서 벌어진 78년 월드컵에 『나이가 너무 어리다』는 이유로 메노티감독에게 배척을 당한 뒤 이듬해 일본에서 벌어진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 출전, 주장으로서 아르헨티나의 우승을 이끌었던 그는 82년 고국을 떠나 스페인 바르셀로나팀으로 이적하면서 「때」가 묻기 시작했다. 84년 이탈리아 프로축구 나폴리팀으로 다시 이적한 후 거액이 오가는 상업화된 유럽의 프로축구를 경험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한 것. 부에노스아이레스 노동자 집안의 8남매중 다섯째로 태어나 고생스러운 유년기를 보냈던 그로서는 한꺼번에 몰려오는 「부와 명성」을 주체하지 못한 것. 이런 와중에도 마라도나는 천재성을 발휘하며 86년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의 우승을 이끌었고 87년 나폴리팀을 이탈리아 프로축구 정상에 올려놓았으며 90년 이탈리아월드컵에서도 아르헨티나의 준우승을 이끌며 절정의 기량을 과시했다. 86년 멕시코월드컵 잉글랜드와의 8강전에서 손으로 볼을 살짝 건드려 골인시켜놓고 『「신의 손」이 시켰다』는 뻔뻔스러운 변명을 할 때만 해도 세계축구팬들은 그의 재치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91년 코카인 복용 혐의가 드러나 15개월 출장정지 처분을 받으면서 명성에 금이 가기 시작했고 94년 아르헨티나의 뉴웰스 올드보이스로 이적하고는 취재 기자들에게 공기총을 난사하는 등 자멸의 길에 빠져들었다. 그는 94미국월드컵에서도 코카인 복용이 드러나 또한번 15개월 출장정지 처분을 받았고 올들어 다시 약물 복용 혐의를 받고 있다. 마라도나는 최근에도 『미국월드컵 이후 약물을 입에 댄 적이 없다』고 결백을 주장하면서 『반드시 다시 재기해보겠다』고 큰소리 치고 있지만 이 말을 믿는 축구팬들은 거의 없다. 〈권순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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