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起亞사태 和議로 해결하라

동아일보 입력 1997-09-26 20:31수정 2009-09-26 09:44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기아(起亞)그룹의 화의(和議)신청을 채권은행단이 사실상 거부키로 결정함으로써 기아사태는 또다시 엄청난 혼란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해 수많은 협력업체의 연쇄도산을 막고 채권단 피해를 줄여 기아도 살리고 국민경제 혼란을 최소화하려면 화의를 통한 수습이 바람직하다. 제삼자인수로 갈 수밖에 없는 법정관리를 선택한다면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이 올 것이다. 금융시장의 혼란과 해외신용도 추락을 초래한 기아사태가 수습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장기간 표류해온 데는 정부 책임이 크다. 강경식(姜慶植)경제부총리는 기아문제는 기아와 금융단이 알아서 처리해야 한다며 정부는 개입하지 않겠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실제로는 사사건건 개입하거나 압력을 가해 일을 꼬이게 만든 게 정부다. 24일 홍콩국제회의에 참석중이던 강부총리는 기아측의 화의신청 소식을 듣자 화를 내며 즉각 반대의사를 표명, 기아를 비난했다. 화의를 대안으로 생각해 수용의사를 표명했던 제일은행 등 채권은행들은 강부총리의 이같은 발언이 있자 어정쩡한 입장으로 돌아섰고 결국 26일 사실상 화의거부 결정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실질적으로 은행단에 압력을 행사한 것은 기아사태에 강력 개입한 증거다. 화의를 받아들여 추가지원을 하는 은행에는 향후 정부지원이 없을 것이라든가, 협력업체 도산은 기아책임이라는 강부총리의 발언은 다분히 감정적이다. 사태를 원만히 수습하기보다 악화시킨 무책임한 태도다. 기아사태를 화의를 통해 수습해야 하는 이유는 국민경제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법정관리나 파산보다 부작용이 적기 때문이다. 기존의 전문경영진을 최대한 활용해 기아 위기를 수습하는 것이 비전문인을 통한 수습보다 효율적인 건 당연하다. 채권단의 화의거부에 따라 법정관리로 갈 경우 제삼자인수 음모설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단과 기아측이 총력을 다해 회생하는 방법을 배제하고 제삼자인수를 전제로 수습하려 한다면 정부 스스로 음모설을 인정하는 셈이다. 채권단이 입장을 바꿔 화의를 받아들인다면 김선홍(金善弘)회장의 퇴진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해외사업을 추진하고 회사를 살리는 데 김회장의 역할이 중요하겠지만 경영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는 은행단의 요구도 마냥 거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물론 여기에는 제삼자인수 시나리오가 사실이 아니라는 정부와 은행단의 확실한 약속이 있어야 한다. 아울러 기아측은 추가로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해야 하고 채권금융기관의 화의조건 수정요구도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여야 한다. 채권자의 동의 유무와 관계없이 화의절차 개시 여부 결정을 내리는 것은 법원이다. 광주(光州)지법이 화의조건 등의 협의를 위해 아시아자동차의 재산보전처분을 내린 것은 의미가 있다. 채무자는 파산을 면하고 채권자는 법정관리나 파산에 비해 유리하게 채권을 변제받을 수 있는 화의제도의 장점을 살려 기아를 회생시키는 것이 현재로선 최선의 선택이다. 기아와 채권은행단 쌍방은 이 점에 유의하면서 머리를 맞대고 합리적인 해결책을 다시 찾기 바란다.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