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김종원/矯正시설 오지이전운동 유감

  • 입력 1997년 9월 4일 07시 32분


오늘날의 형벌집행은 처벌위주의 응보형이 아니라 교화개선을 위한 교육형이다. 범법자에게 잘못의 대가로 부과하는 형벌은 필요악으로 상대적 처벌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범죄자의 처우는 인권을 무시한 과거의 비인간적인 응보형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인격을 존중하는 교육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교정시설에 수용된 재소자들은 언젠가 우리들 곁으로 되돌아올 가까운 이웃이다. 사회의 따뜻한 손길만이 이들의 재범을 막을 수 있다. 따라서 교정의 궁극적인 목적은 재소자를 교화개선해 재사회화함으로써 재범을 줄이고 사회를 범죄로부터 보호하자는데 있다. 이런 기대를 충족시키는 제도로 응보형이 더 효과적인지 교육형이 더 우월한지를 따진다는 것은 어리석은 논의에 불과하다. 더불어 살자는 인류애적 개념이 살아 있는 교육형이 더 우세하다는 것이 행형연구가들의 판단이다. 그러므로 교정시설은 명실공히 교육시설이 되어야 한다. 길을 걸어가다가 마주치는 초등학교 중고등학교와 같은 교육시설과 마찬가지다. 교정시설도 특수교육시설 정도로 친근하게 받아들이는 국민적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우리 모두 미결수」라는 말이 있다. 그런 뜻에서 법원 검찰 구치소가 한곳에 나란히 연결돼 있는 선진국처럼 우리 나라의 교정시설도 이제는 도시에 자리잡아야 한다. 교육행형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교도관의 힘만으로는 재소자에 대한 교정교화가 도저히 불가능하므로 사회자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처우의 과학화도 꾀해야 한다. 사회의 유능한 인사들이 교정행정에 적극 참여, 재소자의 정신교육과 학과 종교 기술교육 등을 실시한다면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교정교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 요즘 들어 일부에서 도시내에 자리잡은 교정시설을 오지로 이전하자는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한다.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는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교정시설을 절해고도나 인적이 드문 깊은 산속에 유치하려 한다면 이는 교육행형을 옛날의 응보형으로 되돌리자는 퇴보적인 발상이다. 아직도 교정시설을 혐오시설로 착각하고 있는데서 기인한 것이다. 지역이기주의도 만만찮다. 나아가 이에 편승해 표를 얻기 위한 방편으로 교정시설을 선거의 희생양으로 등장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 성직자처럼 천직 의식으로 묵묵히 재소자의 교정교화에 매진하고 있는 교정인들과 교정행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많은 인사들에게 실망을 안겨주지 말자. 김종원(안양교도소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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