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학점은행制에 뒤따라야 할 것들

  • 입력 1997년 9월 3일 20시 13분


▼학력 인플레 현상으로 대학교육을 받은 사람이 크게 늘어난 것 같아도 전체 국민 가운데 전문대 졸업 이상의 학력을 갖고 있는 사람은 19.1%에 불과하다. 국민 다섯명 가운데 네명꼴로 대학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했다는 얘기다. 유난히 학벌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에서 대학에 다니지 못한 사람은 늘 마음 한구석에 아쉬움을 갖고 살아가게 마련이다. 주변 여건이 맞지 않아 진학을 포기한 사람일수록 그 정도가 심하다. ▼교육받을 기회는 한번 놓치면 다시 잡기가 쉽지 않다. 뒤늦게 대학에 진학하고 싶어도 치열한 대학입시 경쟁을 뚫기 어렵고 당장 생계문제도 걸린다. 나이차가 한참 나는 학생들과 함께 학교를 다닌다는 것도 예삿일이 아니다. 이런 형편에 있는 사람들이 시간 나는 대로 대학공부를 해서 학사학위를 받을 수 있게 하자는 것이 교육부가 내년부터 시범 실시하는 학점은행제다. ▼수강생들은 대학에 시간제 학생으로 등록하거나 대학 부설 사회교육원에 나가 소정의 과정을 이수하면 학점을 취득하게 되고 그 학점이 누적돼 일정 점수에 이르면 전문대 학력이나 학사학위를 인정받을 수 있다. 꼭 대학이 아니더라도 일정 수준의 강사진과 시설을 갖춘 학원에서도 학점 취득이 가능하다. 수학기간에 제한이 없기 때문에 형편이 닿는 대로 공부를 계속하면 된다. ▼제대로만 시행된다면 평생교육 구현은 물론 국민의 교육수준 향상에 크게 기여할 선진적 제도다. 하지만 걱정스러운 측면도 없지 않다. 국내 대학들이 이같이 「열린 교육체제」를 너그럽게 수용할 수 있을지, 정부 차원에서 체계적인 학사관리가 어느 정도 가능할지 미심쩍은 부분이 적지 않다. 자칫 운영 실패로 수강생들의 만학의 꿈에 다시 한번 상처를 주는 일이 없도록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탁상행정이 실패로 끝난 예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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