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개혁 이것이 문제다/물가목표제 잘 될까]

  • 입력 1997년 6월 19일 20시 06분


중앙은행제도 개편안은 「물가관리에 얼마 만큼 효율적이냐」에 따라 잘된 것인지 잘못된 것인지 판단할 수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가안정은 국민 모두에게 제공되는 유익한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경제성장과 물가안정은 한꺼번에 모두 갖기는 어렵지만 동시에 추구해야할 목표다. 그런데 정부는 경제성장에, 중앙은행은 물가안정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이 때문에 성장과 물가를 조화시키려면 중앙은행이 정부의 간섭으로부터 독립돼야 한다는 논리가 나온다. 재정경제원은 이번 개편안에서 통화신용정책의 모든 권한을 중앙은행에 넘겨줬다고 강조한다. 중앙은행이 소신껏 물가안정에 나서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는 것. 재경원측은 『중앙은행이 전권을 갖게됐으니 물가관리 책임도 져야 한다』며 「한은총재의 물가계약제」를 내놓고 있다. 개편안은 「한은총재는 정부와 협의, 매년 물가안정 목표를 정하고 총재는 이에 대해 책임을 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물가목표를 지키지 못하면 금통위의장과 상근위원은 임기전이라도 자리를 내놓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한국은행과 금융전문가들은 이 개편안이 물가안정을 기할 정도로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보장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중앙은행 총재가 물가안정을 달성하려면 통화신용정책의 집행권한을 중립적으로 행사할 수 있을 때 가능한 일』이라며 『정책적 혹은 정치적 논리에 따라 돈 공급규모가 결정되는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물가를 잡기란 매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측 반박도 마찬가지다. 지난 5년간(92∼96년) 소비자물가상승률은 5.4%로 이중 통화량에 의한 물가상승분이 60% 정도. 또 우리나라 금융시장에 유통되는 통화(3월말 현재 6백34조8천억원)가운데 한은의 관리대상 통화(2백2조1천억원)는 31%에 불과하다는 것. 이런 상황에서 한은총재가 물가목표에 모든 것을 걸 수 있느냐는 반론이 한은에서 나오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국민이 성장을 바라는 때에 정부가 물가안정 목표를 높게 잡는 경우 중앙은행이 소신있게 대처할 수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강운·이용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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