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대정부질문 결산]실체없는 說로 실없는 소모전

  • 입력 1997년 3월 3일 19시 59분


[이철희 기자] 지난달 24일부터 시작돼 닷새동안 계속된 국회 대정부질문의 최대이슈는 「한보사태」였다. 그러나 곧이어 가동될 한보 국정조사특위에 앞선 「전초전」의 성격을 감안하더라도 의원들의 질문 내용이나 정부측 답변자세나 구태(舊態)를 벗지못한 「기대이하」 수준이라는 평가를 면치 못할 것 같다. 한보사태를 둘러싼 여야간 공방은 각종 「설(說)」의 공표와 그에 대한 반박이 주류를 이루었다. 그 결과 극도의 감정대립 양상으로까지 치달아 「본류」를 벗어난 공방으로 국회가 한때 파행을 겪는 소모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정치 경제 사회문화 등 대정부질문을 통해 야측은 「면책특권」을 십분 활용, 시중에 떠도는 온갖 설과 의혹들을 쏟아냈다. 특히 국민회의측은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차남인 賢哲(현철)씨의 한보관련 의혹을 집중 제기하면서 당론인 특별검사제 임명을 통한 전면재수사를 촉구했다. 국민회의의 林采正(임채정)의원은 현철씨가 한보철강 설비도입에 관여해 거액의 리베이트를 챙겼고 안기부를 동원, 재벌2세그룹을 관리했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또 金景梓(김경재)의원은 「92년 대선당시 鄭泰守(정태수)한보총회장의 6백억원 선거자금 지원설」을, 張永達(장영달)의원은 「현철씨의 한보주식 소유설과 포철경영 개입설」 등을 거론했다. 이에 대해 여측은 여측대로 갖가지 수단을 동원해 「맞불작전」을 폈다. 신한국당의 朴柱千(박주천) 李思哲(이사철) 劉容泰(유용태)의원 등은 金大中(김대중)국민회의총재의 한보자금 수수설과 한보의 아태재단 지원설을 꺼내며 맞받아쳤다. 여야간 비난전은 급기야 신한국당 李龍三(이용삼) 許大梵(허대범)의원의 김대중총재 사상과 전력(前歷)시비로 이어져 본회의 공전사태가 야기됐고 본회의장에서는 폭언과 야유가 난무하는 소란이 빚어졌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여야는 다시 「국회가 무책임한 정치공세로 3김(金)씨의 대리전쟁터가 됐다」는 부정적 평가와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정당한 문제제기」라는 주장으로 맞섰다. 여야가 현 상황을 총체적 위기국면으로 진단하면서 나름대로 다양한 처방을 제시한 것은 성과라면 성과였다. 특히 △고비용 저효율구조 개선을 위한 임금동결(盧基太·노기태·신한국당) △돈세탁금지법 제정(金忠兆·김충조·국민회의) △범국민적 비상경제대책회의 구성(魚浚善·어준선·자민련) 등 경제처방은 주목할만 했다. 또 신한국당의원 가운데 한보사태 등에 대해 야당 못지않게 발언수위를 높인 徐相穆(서상목)의원 등도 현상황의 심각성과 관련,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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