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생각 저생각]한국인은 연어?

  • 입력 1997년 2월 10일 20시 07분


설 연휴가 금방 지나갔어요. 고향에 잘 다녀오셨어요. 이제 한국에서 설날 지낸지 다섯번째가 됐어요. 한국사람들처럼 저도 떡국 많이 먹고 조상님들께 차례를 지내고 좋은 한해되라고 소원도 많이 빌었어요. 해마다 재미있고 즐거운 경험을 하지요. 프랑스에서는 양력 1월1일에 설날을 지내요. 그런데 한국과 분위기가 아주 달라요. 12월31일 밤에 가족과 친구들이 모여 새옷을 입은 채 밤새도록 맛있는 음식을 먹고 춤추면서 1월1일을 기다리죠. 밤12시가 지나 1월1일이 되면 집안에 놓은 특별한 나무(Gui라고 해요)아래서 서로 볼에 입을 맞추면서 좋은 새해 되라고 덕담을 해요. 그리고 아침까지 계속 춤추면서 파티를 하죠. 그런데 한국에서 설을 지내면서 가장 인상깊게 느끼는 점은 한국인들은 가족의 의미가 너무나 강해 함께 모이기 위해서라면 어떤 어려움도 참는다는 사실이에요. 고향에 내려가기 위해 몇달전부터 기차역 앞에서 표를 사려고 몇시간씩 줄을 서고 기차표가 없다면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해서라도 반드시 고향에 가죠. 자동차로 가려면 극심한 교통체증에 시달려야 하지만 그래도 모두들 떠납니다. 우리 남편의 고향은대구인데3백㎞ 거리를평소의2∼3배인 10시간을 걸려서달려가요. 처음에는 죽는줄 알았어요. 그런데 우리 남편 생각은 한국인이기 때문에 아무리 힘들어도 고향에 가야한대요. 프랑스라면 이렇게 교통체증이 심할 경우 차라리 고향에 안간다고 결정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한국인들은 아무리 힘들고 어렵고 위험해도 태어난 곳을 찾아가는 연어처럼 자기의 고향을 가요. 이런 모습은 세상 어디에서도 본적이 없어요. 가족과 고향에 대한 진한 정 참을성, 다른 나라사람들은 상상도 할수 없는 이런점들을 저도 배울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다 도시<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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