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인성교육현장]외국인이 본 한국의 조기교육

  • 입력 1997년 2월 2일 19시 57분


한국 교육현장에서 가장 인상 깊게 느낀 것은 아이들이 아주 어렸을 때부터 무척 바쁘다는 것이다.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부터 많은 한국 어린이들은 영어나 속셈 컴퓨터 피아노 등을 배우기 위해 부지런히 학원에 다니기 시작한다. 네댓살이 돼야 일주일에 두 세번 정도 수업을 하는 유아원에 다니기 시작하는 캐나다 어린이와는 아주 대조적이다. 일과가 빠듯해서인지 한국 어린이들은 예닐곱살이 되어도 부모에 매우 의존적이다. 스스로 옷을 입거나 세수를 하는 경우가 드물다. 그 나이쯤의 캐나다 어린이들은 부모의 품에서 벗어나 친구사귀기에 열을 올린다. 지난 학기 우리 반에는 내가 질문을 하면 고함을 지르며 대답하는 남자어린이가 한명 있었다. 왜 그럴까 항상 궁금했다. 선생님의 시선을 끌고 다른 아이들이 대답을 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말을 나중에서야 듣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어느 교실에나 모든 사람과 잘 어울리는 사교형 어린이, 남을 괴롭히며 즐거워하는 악동, 수줍음을 많이 타는 외톨이, 대장이 되고 싶어 하는 독불장군 등 각양각색의 어린이가 있게 마련이다.그런데 한국에는 특히 1등이 되고싶어하는 어린이가 많은 것 같다.그때문에 가끔 다툼이 일어나고 수업분위기가 흐려지기도 한다. 나는 이런 현상이 어린이 자신보다는 부모들의 지나친 욕심때문에 생긴다고 생각한다. 어릴 때부터 모든 분야에서 남보다 뛰어나야 하고 최고 점수를 받아야 한다고 끊임없이 강요하는 분위기 속에서는 같은 반 친구도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동료가 아니라 경쟁자일 뿐이다. 자녀의 학업성적에만 관심을 갖는 한국 부모와 자녀가 사회활동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하는지에 더 많은 신경을 쓰는 캐나다 부모가 서로 만나 부족한 점을 보완해주면 좋을텐데 하는 아쉬움을 가질 때가 많다. 린 모리스<유치원-초등교 영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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