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철강 당진제철소의 완공을 서둘러 정상가동해야 한다는 주장은 언뜻 그럴듯하게 보인다. 지금까지 막대한 돈을 들인 시설을 그냥 버려둘 경우 국민경제적 손실이 크기 때문이다. 일단 가동을 멈췄다가 이를 복구하려면 1조원의 추가비용과 1년 가량의 시간이 더 소요되는데다 가동중단에 따른 하청 협력업체의 피해 또한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정부가 당진제철소 완공을 위해 1조원의 추가건설자금을 지원하고 정상가동까지의 시운전비용 6천억원을 추가융자하기로 한 것도 그런 논리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의 당진제철소 추가건설자금지원 방침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먼저 경제성과 채산성 그리고 기술적 차원의 타당성을 입증해야 한다. 완공후 경제성이 떨어지고 기술적으로 불합리한 점이 드러난다면 국민에게 오히려 더 큰 피해를 주게 된다. 당진제철소의 공기업화 논의는 그 다음이다.
철강산업은 기간산업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무작정 지원할 수는 없다. 우선 당진제철소가 경제적 기술적으로 계속 투자할 가치가 있는지 냉철히 따져봐야 한다. 당진제철소에 이미 5조원 이상의 돈을 투입했지만 정상가동까지는 앞으로 2년간 2조원 가량을 더 투입해야 한다. 그런 막대한 돈을 일반금융기관에서 빌렸을 때 원리금 상환부담이 공장가동에 영향을 주지 않을지 엄밀히 검토해야 한다.
당진제철소를 완공, 정상가동한다 해도 채산성을 맞출 수 없다면 문제다. 현재로선 당진제철소의 시설투자비가 너무 높아 가격경쟁력이 낮고 앞으로의 전망도 불투명하다. 고로(高爐)공법에 비해 투자비가 5%, 제조원가는 18%이상 더 높아 경쟁력은 고사하고 출혈판매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 없지 않다.
당진제철소가 채택하고 있는 미니밀과 코렉스 방식에 대한 기술적 검증도 필요하다. 고철을 원료로 박(薄)슬래브를 주조하는 압연방식의 미니밀은 품질에 다소 문제가 있으며 고로와 전기로를 결합한 형태인 코렉스 방식은 상용화가 가능한지의 여부가 아직 불투명하다. 따라서 설비의 기술효율성과 품질 가격경쟁력 평가를 위한 검증문제가 우선 제기될 수밖에 없다.
한보철강사태의 수습이 시급하다 해도 정상가동까지의 과정이 험난한 당진제철소의 처리는 신중해야 한다. 막연히 철강경기의 호조를 기대, 천문학적 돈을 근본적인 문제의 검증없이 추가로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 이에 대한 정부의 명확한 판단과 설명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