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인성교육현장/가족사랑]형제애 북돋우기

입력 1997-01-26 20:08수정 2009-09-2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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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런던〓金世媛기자] 구랍 21일 저녁 이스라엘 수도 예루살렘 교외에 있는 이도 로트(6)네 집은 가족회의가 한창이다. 주말에 떠나는 야유회 행선지를 정하는 일이 오늘의 주요안건. 여섯살난 이도와 세살배기 요탐도 아빠나 엄마와 똑같이 자신의 의견을 말할 권리가 있다. 『갈릴리호수에 가자』는 이도의 주장에 요탐은 숟가락을 두드리며 『사해(死海), 사해』를 외친다. 엄마 시가리트는 요탐의 의견에 따르기로 했다. 아빠가 며칠 전 사해로 가서 수영을 하자는 얘기를 꺼냈기 때문이다. 이도는 자기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떼를 쓰지 않았다. 이미 몇 차례나 참여한 가족회의를 통해 여러 사람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는 걸 배웠기 때문이다. 서양의 가정과 학교는 아무리 어린 꼬마라도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권리와 역할, 그리고 의무가 있음을 일찍부터 가르치고 있다. 실물 크기의 옷장과 침대, 아기침대, 싱크대, 식탁과 각종 살림살이가 놓여 있어 미니모델하우스를 연상케 하는 영국 런던 교외 윔블던 던도널드유치원의 한 교실. 『아이, 착하지. 우리 아기 주스도 잘도 먹네』 엘리자베스(5)는 같은 반 친구인 크리스토퍼(5)를 의자에 앉혀 놓고 턱받이를 둘러준 후 숟갈로 주스를 떠서 먹이고 있다. 엘리자베스와 크리스토퍼가 맡은 역할은 엄마와 아기. 인형을 갖고 몇 차례 연습을 해봐서 어렵지는 않다. 주스를 먹이고 난 뒤 엘리자베스는 크리스토퍼의 등을 두드려 트림도 시켜준다. 자기중심적인 아이들에게 세상에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있으며 그들도 나만큼 소중한 존재임을 가르치기 위해 유럽에서는 가족사랑부터 강조한다. 유럽의 유치원들이 교실 구석에 「홈코너」를 만들어놓고 소꿉놀이를 통해 가족의 소중함과 가족구성원들의 역할을 자연스럽게 깨닫도록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부모의 사랑을 독점했던 아이들이 자기정체성의 최대 위기를 맞는 것은 동생이 태어났을 때. 영국 셰필드에 있는 윈드밀힐 스쿨의 홈코너에는 커다란 간이목욕통이 마련돼 있다. 동생을 본 아이들의 심리적인 충격을 덜어주기 위해 엄마 아빠가 돼서 인형아기를 돌보는 놀이를 한다. 아이들은 목욕통에 알맞게 데워진 물을 채운 뒤 인형아기의 옷을 조심스럽게 벗겨 놓고 비누를 풀어 씻겨준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유치원들은 어린 동생을 둔 아이들을 위해 시블링 클래스(Sibling Class)를 운영하고 있다. 이 시간에는 센서가 달려 있어 조금만 불편하게 하면 울음소리가 나도록 만든 인형을 나눠 준 뒤 아기돌보는 법을 가르친다. 새로 태어난 동생이 시기의 대상이 아니라 돌봐줘야 할 사랑스런 존재임을 일깨우기 위한 것이다. 유럽 각국이 지키고 있는 어머니날(사순절에서 네번째 일요일로 대개 3월말)과 아버지날(6월 셋째 일요일)도 선물을 사서 주는 것으로 끝내는 우리의 기념일과는 다르다. 스웨덴 스톡홀름 교외 솔나에 살고 있는 姜潤亨(강윤형·39)씨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로부터 지난해 어머니날에 예쁘게 포장한 헤이즐넛쿠키를 받고 흐뭇했던 기억이 새롭다. 스웨덴의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는 어머니날이나 아버지날을 앞두고 요리시간과 공작시간에 평소에 부모님이 좋아하는 재료로 쿠키를 만들거나 감사카드를 만들도록 지도한다. 프랑스 파리에 살고 있는 趙東信(조동신·37)씨도 지난해 아버지날 『아빠를 위해 뭔가 좋은 일을 해야하고 그것을 유치원에 가서 친구들 앞에서 발표해야 한다』면서 딸아이가 아빠구두를 닦겠다고 나선 걸 두고두고 자랑스러워 하고 있다. 형제간의 우애를 가르치기 위해 고학년과 저학년이 함께 어울리는 시간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유치원에서 초등학교 과정까지 있는 영국 윈드밀힐스쿨은 고학년이 시간을 내 유치원 아이들과 놀아주도록 지도한다. 5학년 아이들은 매일 4명이 한 조가 돼 하루 20분씩 유치원반 아이들과 바깥에서 놀아주거나 동화책을 읽어준다. 이 학교 교장 윌리엄스는 『선배는 동생을 돌보면서 동생에게 양보하는 법을 배우고 동생은 거꾸로 손윗형제 대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콜로라도주 오로라시에 있는 세인트파이우스 10세 초등학교도 맞벌이부부 자녀를 대상으로 정규수업이 끝난 뒤 1,2시간씩 방과후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교실운영책임자는 교사가 아니라 상급생. 상급생들은 아래 학년과 같이 놀아주거나 숙제를 돌봐주고 학교에서 학용품이나 책을 상으로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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