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 노동단체에 복수노조를 인정해야 한다. 그것이 현 파업사태를 푸는 길이다. 상급단체에 복수노조를 인정함으로써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오게 해야 한다. 민노총(民勞總)이 노정(勞政)대결의 불씨로 남아 있는 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는 연대파업사태와 사회불안을 해결하기 어렵다.
지난해 노사관계개혁위원회는 민노총을 노사관계 당사자로 인정하고 노동법개정논의에 참가시켰다. 그리고 그간의 논의와 합의를 토대로 상급노동단체에 한해서만은 법개정과 동시에 복수노조를 인정하는 노동법개혁안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노동법개정안 역시 상급단체의 복수노조를 인정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러던 것이 여당의 국회변칙처리과정에서 느닷없이 상급노동단체의 복수노조 인정시기가 3년간 유예되었다. 노개위(勞改委)에서의 합의와 정부안의 내용을 보고 곧 법정노동단체로 인정받을 것을 기대하던 민노총이 배신감을 느낀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본란은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복수노조의 허용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기왕 어렵게 복수노조제도를 도입하는 마당이라면 기업별 복수노조도 한꺼번에 허용하고 노조전임자의 임금도 노조에서 지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노동법개정을 둘러싼 해묵은 갈등을 풀어야 새로운 노사관계의 틀 속에서 노사가 함께 기업경쟁력배양에 매진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당은 마지막 국회변칙처리과정에서 상급단체의 복수노조 허용시기를 3년간 유예하는 내용으로 법을 고쳤다. 그간의 여론이나 당사자합의를 무시했음은 물론 결사(結社)의 자유를 인정해야 하는 국제적 규범에도 맞지 않는, 어느 모로 보나 명분이 서지 않는 처리였다.
이번 노동법개정은 세계가 하나로 통합되는 무한경쟁시대를 맞아 기업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정리해고제 및 변형근로제를 도입,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바꾸는데 첫째 목적이 있었다. 이것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그 못지 않게 우리의 노동법체계를 국제규범에 맞게 고치는 데에도 의미가 있었다. 국제노동기구(ILO)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에 따라 복수노조는 결사의 자유와 노조선택의 자유를 보장하는 차원에서 허용할 수밖에 없는 제도였다. 국제노동단체 등이 우리의 새 노동법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본란이 주장한 것처럼 전면적인 복수노조의 도입과 기업의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금지가 시행되지 않는 마당이라면 상급단체에 한해서만이라도 복수노조는 인정해야 한다. 사실상 존재하는 민노총이라는 법외 노동단체에 사회적 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도 상급단체의 복수노조를 더 이상 인정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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