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TV드라마 「기죽은 아버지」像 부추겨

  • 입력 1997년 1월 12일 19시 44분


최근 방송사마다 명예퇴직을 다룬 드라마를 다투어 방영하고 있다. 미니시리즈와 연속극에 명예퇴직을 당해 고민하는 가장들이 등장하고 연말연시 특집 드라마의 주제로도 애용됐다. 그러나 내용은 거의 비슷하다. 화목하던 집안에서 아버지가 회사의 강요로 직장을 그만두고 퇴직금으로 사업을 한다고 나섰다가 사기를 당한다. 결국 살던 집에서 조그만 임대아파트로 옮기고 이런 와중에 아이들은 갑작스런 환경변화에 탈선하고 하나같이 무능력한 아버지를 탓한다. 여기에서 아버지는 더욱더 초라해진 모습으로 밑바닥부터 시작하거나 심지어는 자살까지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처음에는 가슴에 와닿는 내용이라 생각했는데 자꾸 비슷한 내용이 반복되고 너무나 우리 아버지들의 모습을 비참하게만 그려내니 짜증까지 난다. 왜 명예퇴직을 당해 사업을 시작하면 꼭 실패한다는 식의 결론이 되어야 하나, 좀더 희망적으로 그릴 수도 있지 않나 생각한다. 가뜩이나 간 큰 남자 시리즈나 명예퇴직 한파로 가정에서 아버지의 위치가 흔들리고 있는데 이러한 방송물들이 사회풍조를 더욱 그런 쪽으로 부추기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봐야 한다. 조 선 장(광주 북구 중흥3동 288의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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