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금융개혁,무엇이 과제인가

동아일보 입력 1997-01-08 20:18수정 2009-09-27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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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에 한국식 빅뱅이 예고되고 있다. 이미 재정경제원 등에 의해 은행산업의 합리화방안이 꽤 진척돼 있는 상황에 대통령이 다시 연두회견에서 이를 들고 나옴으로써 금융계는 일대 개혁이 불가피하게 됐다. 왜 대통령까지 나서 금융개혁을 대통령 직속의 자문위원까지 두어 가며 강도있게 시행하겠다고 나선 것인가. 이는 곧 금융계 개혁 없이 우리 경제가 회복될 수 없다는 절박감과 그동안 수차례 합리화작업이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별 진전이 없었다는 점 때문이다. 국내만을 상대로 한 자본시장의 틀속에서 금융계가 그동안 안주해온 것은 사실이다. 기득권을 가진 임직원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이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과 더불어 자본시장이 활짝 열리는 마당에 금융계의 방만한 경영이 더 이상 계속될 수 없는 형편이다. 당장 98년이후 외국은행이 국내에 진출할 수 있고 국제단기 투기자금이 국내에 들어와 우리 경제정책을 교란할 소지가 있다. 지금까지 말로만 외쳐오던 은행의 대형화 합리화 등 금융개혁을 조기에 단행하지 않고서는 살아남기 어려운 처지에 이른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은행들은 관치금융의 여파로 막대한 부실채권을 안아야 하고 환차손까지 감당해야 하는 등 경영내용이 시원치 않다. 95년말 현재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의 부실채권액은 2조3천억원에 이르고 최근 환율변동으로 인한 환차손도 엄청난 액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불안한 경영실적을 가지고 경영기법이 뛰어나고 대형화의 이점을 가진 외국금융기관과 치열한 경쟁을 하기에는 불가능하다. 우선 우리는 금융기관 사이의 업종간 벽을 허물기도 어렵다. 상반기중 어떤 조치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나 이를 졸속으로 밀어붙일 경우의 부작용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더욱 딱한 것은 금융기관의 규제완화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해외점포의 신설이나 금리의 창구지도는 여전하다. 나아가 최선의 경쟁력 강화가 은행의 주인찾아주기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실제 이를 맡아 할 기업이 재벌밖에 없다는데 현실적인 벽이 있다. 10대 또는 5대재벌을 빼고 맡기자는 등 여러 방안이 검토되고 있으나 이에 대한 근본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앞으로 통폐합을 통한 금융기관대형화 과정에서 조직간의 마찰, 잉여인력의 감축 등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잡음 없이 처리해야 함은 물론 공급자 중심의 금융기능을 수요자중심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금융인력의 의식개혁 작업을 벌여야 하는 것도 큰 과제다. 금융기관 역시 기업이다. 그런데도 우리 머리 속에는 은행은 공공기관이라는 의식이 잠재해 있다. 금융기관은 시장경제체제하의 경쟁단위라는 전제아래 앞으로의 개혁작업을 끌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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