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6〉
열아홉 살 때, 스스로 봐도 이제 더 이상 가슴이 작은 아이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가슴이 작은」이라는 말만 빼고 그냥 그 아이라고 부르겠습니다.
그 아이의 키는 열아홉 살이 되던 그해 일월, 일백육십육센티미터가 되었습니다. 그 키는 방학 동안 친구와 함께 간 어느 피자집에서 재 본 것입니다. 목욕탕에도 없는 신장기가 피자집 출입문 한쪽 옆에 있다는 게 조금은 신기했지만, 어쨌거나 정확한 기계로, 정확한 측정 방법으로 정확하게 잰 것이니까 아마 틀림없을 겁니다. 신발을 신지 않고, 아래에 종이를 깔고 양말만 신은 맨발로 올라서서 잰 키입니다.
몸무게는 말할 수 없고요. 묻는 것도 실례지만 말하는 것도 푼수처럼 웃기는 일이니까요.
그렇지만 그것 또한 한 가지는 말할 수 있습니다. 엄마에게든 아빠에게든, 또 가끔 집으로 찾아오는 친척들에게든 「서영이 너, 아무래도 살 좀 쪄야겠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 속으로 그 아이가 무한하게 기뻤다는 사실만은요.
그 겨울, 그 아이가 아무도 없는 집안에서 혼자 했던 몸장난 하나를 조금은 부끄럽지만 이야기하겠습니다.
결혼한 언니 말고는 딸 하나만 있는 집안이라 혼자 있을 기회는 늘 많았습니다. 아직도 하석윤 아저씨의 기사와 그 기사를 도움으로 책에서 본 대로 비극적이면서도 정열적이고, 또 격정적인 사랑을 가슴 속에 꿈꾸는 여자 아이가 자기 몸에 대해 몰래 하는 나쁜 짓처럼 했던 장난 이야기입니다.
이학년 때부터 미대 진학을 꿈꾸며 그림 공부를 하는, 선생님 사진 목걸이의 주인공 친구가 복사한 그림 하나를 주었습니다. 흑백으로 어떤 여자의 가슴만 옆모습으로 찍은, 거의 등신대에 가까운 사진이었습니다.
『이게 가장 이상적인 여자 가슴이야』
『누군데?』
『비너스라고 알지?』
『그럼 진짜 사람이 아니고?』
『그러니까 가장 이상적인 가슴이라는 거지. 우리는 잘 모르지만 가슴 옆 모습의 선이 그렇대. 그러니까 여기 꽃판을 중심으로 가슴 아래 위로 흐르는 선의 각도가 말이지』
『누가 그러는데?』
『우리 학원에 이런 그림 많아. 데생을 하든 뭘 하든 먼저 우리가 우리 몸을 잘 알아야 하거든. 너도 비교해 봐』
『뭘?』
『이것하고 네 가슴』
<글:이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