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친 레베드 해임배경]권력누수 차단 극약 처방

  • 입력 1996년 10월 18일 09시 09분


「權宰賢기자」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이 마침내 알렉산드르 레베드 국가안보위 서기의 해임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놓았다. 레베드의 해임은 지난 수주간 빅토르 체르노미르딘 총리, 아나톨리 추바이스 대통 령행정실장 등과의 불화설이 급기야 쿠데타 기도설로 폭발된지 하루만에 전격단행됐 다. 이번 조치로 옐친의 심장수술을 앞둔 러시아정국이 더욱 긴장의 소용돌이에 빠져 들 것으로 보인다. 아나톨리 쿨리코프 내무장관이 16일 레베드의 쿠데타 기도설을 공개적으로 언급함 으로써 본격 촉발된 이번 사태가 레베드의 해임조치로 이어진 것은 옐친 대통령이 더이상 권력투쟁이 심화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옐친 대통령은 이를 못박으려는 듯 TV연설중 찡그린 표정으로 자신의 노기(怒氣) 를 표현했고 현장에서 바로 레베드의 해임 포고령에 서명하는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 옐친의 이러한 제스처는 쿠데타설의 진위와 관련없이 심각한 수술을 눈앞에 둔 자 신앞에서 차기대권 「굳히기」를 시도하는 레베드에 대한 견제와 다른 측근들의 불 편한 심기를 풀어줘 확실한 안정장치를 마련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 다. 옐친이 TV연설에서 레베드가 대통령선거를 이미 시작했다며 그의 과도한 야망을 비난하고 그가 다른 사람과 사이좋게 일할 줄 모르며 중요한 결정을 독단적으로 내 렸다고 불평한 점에서 이 의도는 드러난다. 레베드의 반응은 일단 의외로 담담했다. 몇주전 이미 사임의사를 밝힌 바 있는 그 는 인테르팍스 통신에 옐친의 이번 해임에 이의를 달지 않는다고 밝혔다. 레베드로 선 군부내 신망을 바탕으로 일단의 모험을 벌이기 보다는 이번 해임을 발판으로 본 격적인 대통령선거에 나서며 옐친의 수술결과를 기다리기로 마음을 정했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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