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재활용도 승리 비결… 팀이름 잘 따라가는 키움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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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박동원 등 스타선수들 운영자금 부족해 내보냈지만
한물간 유망주로 평가 받아온 문성현-하영민 마운드 올리며
든든한 불펜진 꾸려 2위 행진

문성현
프로야구 키움은 모기업 없이 네이밍 스폰서로 구단 살림을 꾸린다. 살림살이가 넉넉하지 않기에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외부 영입은커녕 내부 단속도 쉽지 않았다. 지난 FA 시장에서도 키움에서만 302홈런을 친 박병호(36)가 KT로 떠나 팬들에게 실망을 안기기도 했다.

현금 트레이드를 통해 프랜차이즈 스타가 팀을 떠나는 것도 키움 팬에게는 낯설지 않은 장면이다. 올 4월에도 주전 포수 박동원(32)을 내년 신인 선수 2라운드 지명권과 현금 10억 원을 받는 조건으로 KIA로 보냈다. 키움이 현금 트레이드를 진행하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여파로 구단 운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과거처럼 선수 장사에 나서 KBO리그의 격을 떨어뜨릴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왔다. 2008년 현대 선수단을 승계해 창단한 키움은 구단 운영 자금 확보를 위해 주축 선수들을 많게는 수십억 원을 받고 트레이드한 숱한 이력이 있다.

이런 의심의 눈초리와 별개로 키움은 20일 현재 팀 순위 2위에 자리하고 있다. 시즌 개막 전만 해도 박병호가 떠났을 뿐 아니라 팀 마무리 투수 조상우(28)까지 입대하면서 중하위권에 그칠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했지만 이를 비켜 나간 것이다.

키움이 이렇게 선전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육성’이다. 키움은 ‘화수분’으로 불린 두산 못지않게 선수 육성에 뛰어난 팀이다. 박병호뿐 아니라 강정호(35·전 피츠버그), 김하성(27·샌디에이고)도 키움에서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스타로 성장해 미국 메이저리그(MLB)까지 진출했다. 현재 키움을 이끄는 이정후(24·외야수), 안우진(23·투수) 등 젊은 선수들에 대한 MLB 스카우트들의 관심도 상당히 높다.

하영민
여기에 최근에는 ‘한물갔다’는 평가를 받았던 육성 자원들을 ‘재활용’하는 솜씨도 자랑하고 있다. 올해 키움 불펜은 문성현(31), 하영민(27) 두 축이 든든히 버티고 있다. 2010년 4라운드 31순위로 넥센(현 키움)에 지명된 문성현은 데뷔 초반 선발로 꾸준히 기회를 얻었지만 2014년 9승 이후 별다른 활약이 없었다. 2014년 1라운드 4순위로 지명받은 하영민도 선발로 뛰던 데뷔 시즌의 3승이 개인 최다승이었다. 올해는 문성현이 4세이브 8홀드 평균자책점 1.35, 하영민이 3승 1패 2홀드 평균자책점 2.33으로 기량이 만개하며 비로소 팀의 핵심 전력이 됐다.

해마다 선수들이 팀을 떠나지만 2013년 이후 2017년 한 해를 빼고 모두 가을무대에 오른 비결에 대해 키움 출신의 한 선수는 ‘동기부여’를 꼽는다. 그는 “매년 빈자리가 나는데 안에서 선수들은 기회가 생겼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그렇기에 유망주뿐 아니라 아직 유니폼을 입고 있는 고참급까지 ‘한번 해보자’는 분위기가 있다”고 했다. 키움표 화수분에 ‘꺼진 줄 알았던 불’까지 힘을 보태며 키움은 2019년 이후 3년 만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정조준하고 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베테랑#문성현#하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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