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서 머리로… 벤투의 ‘손흥민 원톱’ 실험은 계속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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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상대로 플랜B 효과 만점… 수비수 끌고 다녀 빈 공간 확대
월드컵 본선서 수비에 막힐 우려… 왼쪽 날개 활약하던 전술에 변화
토트넘서도 원톱 등판 기회늘어… 남은 경기서 최전방 투입 예상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손흥민(오른쪽)이 6일 최전방 공격수로 나선 칠레와의 평가전에서 상대 수비수의 저지를 피해 강력한 왼발 슈팅을 날리고 있다. 그동안 주로 ‘레프트 윙어’로 뛰어온 손흥민은 이날 ‘원톱’ 포지션에서 2선 공격의 기회를 만들었다. 대전=뉴시스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손흥민(오른쪽)이 6일 최전방 공격수로 나선 칠레와의 평가전에서 상대 수비수의 저지를 피해 강력한 왼발 슈팅을 날리고 있다. 그동안 주로 ‘레프트 윙어’로 뛰어온 손흥민은 이날 ‘원톱’ 포지션에서 2선 공격의 기회를 만들었다. 대전=뉴시스
“손흥민은 원톱 공격수로도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

축구 국가대표팀 사령탑 파울루 벤투 감독(53)은 6일 칠레와의 평가전에서 2-0 승리를 거둔 뒤 이렇게 말했다. 이날 벤투 감독은 손흥민(30)을 최전방 공격수인 ‘원톱’ 자리에 두고 경기를 시작했다. 그동안 손흥민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소속 클럽 토트넘에서나 대표팀에서 주로 측면 공격수인 ‘레프트 윙어’로 뛰어왔는데 11월 개막하는 카타르 월드컵에 대비한 평가전 성격을 감안해 포지션 실험을 감행한 것이다.

원톱은 전쟁 상황으로 치면 첨병(尖兵)에 해당하는 역할로, 상대 수비와 가장 먼저 맞서야 하고 적(敵)들을 교란해 후방에 진격(공격) 기회를 만들어 줘야 하는 자리다. 벤투 감독은 칠레전이 끝난 뒤 “(원톱) 손흥민이 잘 만들어낸 공간을 2선 공격수들이 적절하게 활용했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손흥민이 원톱 자리에서 뛰어도 충분히 잘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표현으로 보인다. 황희찬(26·울버햄프턴)의 칠레전 선제골도 손흥민이 상대 수비수들을 달고 움직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손흥민의 칠레전 원톱 출격으로 카타르 월드컵에서의 손흥민 역할에 대한 해석 폭이 넓어지고 있다. 벤투 감독으로선 손흥민을 왼쪽 날개에 두고 오랫동안 적용해 왔던 4-1-4-1 포메이션을 카타르 월드컵 본선에서도 계속 유지하고 싶어 한다. 월드컵처럼 세계적인 수준의 팀들이 참가하는 ‘메가 이벤트’를 앞두고 오래 유지해 왔던 전술에 변화를 준다는 건 모험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벤투 감독이 칠레전에서 손흥민을 맨 앞에 세운 데서는 고민이 느껴진다. 월드컵 본선에서 ‘측면의 손흥민’이 막혔을 때를 대비한 옵션을 준비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준희 해설위원을 포함한 전문가들은 ‘원톱 손흥민’에 대해 써볼 만한 카드라고 평가했다. 세계 최고 레벨로 평가받는 EPL에서 한 시즌 23골을 넣고 아시아 선수 최초로 득점왕에 오른 손흥민이 최전방에서 상대 진영을 휘저으면 그만큼 2선에서의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손흥민은 2021∼2022시즌 EPL 개막을 앞둔 프리 시즌에 토트넘이 치른 5차례 평가전 중 4경기에서 원톱으로 출격했다. 주로 뛴 포지션이 왼쪽 날개라는 것이지 원톱 자리에 서 있어도 어색하지 않은 선수다. 벤투 감독이 ‘손흥민은 멀티 포지셔너’라고 치켜세우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유럽의 축구전문 사이트들이 ‘양발잡이’ 손흥민을 소개하면서 왼쪽 오른쪽 가운데에서 모두 공격수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플레이어라고 소개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축구 대표팀은 6월 A매치(국가대표팀 간 경기) 일정 4경기 중 10일 파라과이전, 14일 이집트전 등 두 경기를 남겨 놓고 있다. 벤투 감독은 두 경기에서 ‘원톱 손흥민’ 효과를 다시 한 번 확인해 보려 할 것으로 보인다. 월드컵 본선에서 손흥민의 ‘날개 파워’가 힘을 쓰지 못할 경우를 대비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축구 국가대표팀#칠레 평가전#파울루 벤투 감독#손흥민#손흥민 원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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