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윔블던, 전쟁 반대한 러 선수 출전 금지는 차별”… 우크라 선수까지 반기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22일 14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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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나 스비톨리나
엘리나 스비톨리나
“모든 사람들이 러시아, 벨라루스 테니스 선수들 출전 금지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2020 도쿄 올림픽 테니스 여자 단식 동메달리스트이자 우크라이나 국적인 엘리나 스비톨리나(28·세계랭킹 25위)는 올잉글랜드론테니스클럽(AELTC)에서 자국을 침공한 사태와 러시아와 이에 동저한 벨라루스 선수들의 윔블던 참가 금지 발표 직후 이렇게 밝혔다.

스비톨리나는 AELTC의 발표 직후 영국 공영 BBC 라디오 프로그램 ‘5 라이브 브랙퍼스트’에 출연해 “러시아 정부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내지 않는 선수라면 금지시키는 것이 옳다”면서 “그렇지 않다면 윔블던에 출전해 경쟁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공정한 것”이라고 했다.

전날 AELTC 발표 직후 세계랭킹 1위 노바크 조코비치(35·세르비아)가 반대 의사를 밝인 데 이어 러시아에 침공 당한 우크라이나 선수마저도 윔블던 주최 측의 결정에 반기를 든 것이다.

러시아 선수들의 반대도 계속되고 있다. 테니스 남자 단식 세계랭킹 8위인 안드레이 루블레프(25·러시아)는 22일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세르비아 오픈 16강전을 마친 뒤 “이번 결정은 의미 없고 논리적이지 않다. 명백한 차별”이라며 “갈등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증오와 편협만 조장할 뿐”고 AELTC의 결정을 비판했다.

루블레프는 러시아 국적이지만 올해 2월 두바이 듀티 프리 챔피언십 준결승전에서 승리한 직후 중계 카메라 렌즈에 ‘No War Please(제발 전쟁을 멈춰달라)’라는 글을 남기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했다.

남자프로테니스(ATP)와 여자프로테니스(WTA)도 입을 모아 AELTC의 결정을 비판했다. 올해 3월 2일 국제테니스연맹(ITF)과 ATP, WTA와 4대 메이저 대회(호주오픈, 프랑스오픈, 윔블던, US오픈) 주최 협회가 모여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이 개인 자격으로 프로 대회에 나설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합의했지만 AELTC가 이를 깨뜨렸다는 것이다. 이들은 당시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국명과 국기 사용은 허용하지 않지만 개인에게 국가의 책임을 지우지 않겠다고 합의했다. 그런데도 AELTC가 국가와 정부의 책임을 개인 선수들에게 돌렸다는 게 비판 골자다.

ATP는 “대회 출전권을 얻기 위해 선수 개개인별로 경쟁한다. 우리는 투어가 실력과 형평성의 기본원칙에 따라 운영되고 있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개인 실력에 따라 어떤 차별도 없이 프로 테니스 경기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훈 기자 h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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