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글러브’ 끼고 첫 우승 맛본 박경수, 감사 선물 받은 사연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17일 11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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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KT의 창단 첫 우승을 이끈 박경수(38)는 자신이 후원을 받고 있는 국내 글러브 업체 ‘알티스’로부터 17일 감사 기념 글러브를 받았다. 한국시리즈(KS) 최우수선수(MVP)가 된 그를 위해 특별히 3개만 제작된 글러브는 약 일주일에 걸쳐 만들어졌다. 기존에 박경수가 쓰던 글러브 사양에 손바닥 부분에는 박경수의 친필 사인이, 새끼손가락 부분에는 ‘2021 KS MVP V1’이라는 글귀가 자수로 새겨졌다.

유명 글로벌브랜드들의 경우 미국, 일본 등에서는 스타 선수들에게 용품뿐 아니라 금전을 포함한 ‘+α’가 제공되는 게 비일비재하다. 하나의 산업으로 선수의 상품성에 따라 몸값이 매겨지고 용품계약 등으로 이어진다. 국내 스타급 선수들도 이들과 용품 계약을 따로 맺기도 한다. 하지만 국내업체의 경우 ‘실탄’이 넉넉잖기에 한 시즌을 날 글러브 2~3개 정도를 제공하는 게 전부다. 그렇기에 초년병 때 국산브랜드의 후원을 받다 몸값이 올라가면 글로벌브랜드 글러브로 갈이 끼는 일이 많다.

박경수는 이 흐름과 반대다. 대형유망주로 각광받던 20대 때 해외유명브랜드 글러브를 사용하다 2016시즌을 앞두고 알티스와 손을 잡았다. 2015년 KT로 유니폼을 갈아입으며 전성기를 맞았는데, 이 시기를 ‘국산’과 동행하며 의리를 지켜온 셈이다. 더군다나 이번 KS에서는 신들린 수비로 시리즈 전체를 지배하는 드문 장면도 연출했다. KS 3경기에서 타율은 0.250에 불과했던 박경수가 가장 빛난 선수로 꼽힌 이유기도 했다. 알티스 관계자는 “우리 글러브를 낀 선수, 동호인이 좋은 수비 퍼포먼스를 펼칠 수 있게 하는 걸 지상과제로 여기며 연구하고 글러브를 제작해왔다. KS때 박경수의 수비 모습을 보며 쉽게 표현하면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2012년 서울 구로구에 글러브 제작 공장을 연 뒤 올해로 10년째를 맞은 알티스는 제작능력이 입소문을 타며 손이 민감하기로 소문난 많은 프로 선수들의 손을 사로잡았다. 2021시즌에도 박경수를 비롯해 심우준(KT), 김민성(LG) 등 10개 구단 주전 및 주전급 12명이 후원을 받았다. 글로벌 경쟁사처럼 많은 당근을 내밀기 어렵지만 선수의 피드백을 신속하게 반영해 손에 맞는 글러브를 가져다주기로 정평이 나있다. 박경수도 크게 5번의 패턴수정 등을 거쳐 ‘인생글러브’를 얻었고 KS에서 대활약을 펼쳤다.

KS때 사용한 글러브를 가보로 간직할 예정인 박경수에게 알티스도 창사 이래 처음 기념글러브라는 ‘+α’로 화답하며 의미를 더했다.

김배중 기자want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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