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화 마라토너’ 오주한 “‘한국 아버지’ 위해 꼭 메달 따야죠”

강동웅 기자 입력 2021-08-05 20:50수정 2021-08-06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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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기온이 아프리카 케냐보다 10도는 더 높아요. 선수들 사이에서는 ‘얼마나 잘 훈련하느냐’보다 ‘얼마나 체력을 잘 비축하느냐’는 경쟁이 붙었습니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육상 남자 마라톤을 책임지고 있는 김재룡 수석코치(55·한국전력 마라톤 감독)가 5일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꺼낸 말이다. 케냐에서 훈련하던 김 코치는 한국의 첫 귀화 마라토너 오주한(케냐명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33·청양군청)과 함께 지난달 31일 도쿄 올림픽 마라톤이 열리는 일본 삿포로에 도착했다. 5년 만의 올림픽이 눈앞으로 다가왔지만 선수단은 훈련보다 컨디션 관리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삿포로의 날씨는 아프리카에서 온 오주한에게는 당혹스러운 수준이다. 5일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마라톤 경기 출발지인 오도리 공원이 있는 삿포로 주오구의 낮 최고 기온은 33도를 기록해 평년보다 5.8도가 더 높았다. 경기가 있는 8일 최고기온도 32도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주한이 훈련하던 케냐 고지대의 캅타겟 캠프는 아침 기온이 10도 내외, 오후가 돼도 20도를 넘지 않았다. 이번 대회 마라톤은 도쿄의 폭염을 피해 삿포로로 옮겨 8일 오전 7시에 시작하지만 여전히 더위가 선수들의 발걸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김 코치는 “더위에 적응하기 위한 훈련 보다는 더운 필드에 오르기 전까지 최대한 체력을 많이 비축해 두는 게 최선의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챔울로 엘리자 무타이 남자 마라톤 코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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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선수들도 체력 비축에 집중하고 있다. 김 코치는 “세계 랭킹 1위인 엘리우드 킵초게(37·케냐) 등 세계적인 선수들도 체력을 아끼기 위해 입국일을 4일로 늦췄다. 일본 대표팀도 선수촌 밖의 시원한 호텔 숙소와 훈련장을 이용하다 4일이 돼서야 입촌했다”고 설명했다. 한국 마라톤 대표팀도 당초 4일 입국을 계획했으나, 케냐에서 오는 항공편이 번거로워질 수 있다는 대회 조직위원회의 경고에 입국일을 앞당겼다.

김 코치는 삿포로 도착 이후 오주한의 훈련량을 줄였다. 케냐에서는 하루 약 4시간을 뛰었지만, 삿포로에 온 뒤로는 오전 7시와 오후 4시 반에 각각 1시간 정도만 뛰고 있다. 결전 준비 과정이 순탄한 건 아니다. 삿포로 도착 후 처음 오전 훈련을 한 2일 훈련장에서 숙소로 돌아가는 버스 배차가 1시간이나 늦어졌다. 각 국 코치들은 “선수가 땀을 많이 흘렸는데, 이대로 두면 안 된다. 빨리 돌아가 쉬어야 한다”며 항의했다.

한국 마라톤은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황영조의 금메달과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이봉주의 은메달 이후 시상대와 인연이 없었다.

오주한의 개인 최고 기록은 2016년 서울 국제마라톤에서 세운 2시간 5분 13초. 전성기 때 페이스를 발휘한다면 메달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대표팀 관계자의 설명이다.

오주한을 마라토너로 키워주고 한국 귀화까지 도왔던 고(故) 오창석 백석대 스포츠과학부 교수는 올림픽 무대를 달리는 오주환을 못본 채 3개월 전 별세했다. “하늘에 계신 ‘한국의 아버지’를 위해 이번 올림픽에서 반드시 메달을 따 은혜에 보답하겠다.” 처음 나설 올림픽 레이스를 손꼽아 기다리는 오주한의 각오가 각별하게 들렸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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