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가 한 스텝 뛰면 두세 스텝 더… 경기후 일주일 앓아눕는다”

지바=김정훈 기자 , 김동욱 기자 입력 2021-07-29 03:00수정 2021-07-29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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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男사브르 ‘어벤져스’ 올림픽 2연패
28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B홀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남자 사브르 단체전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한국 대표팀이 태극기를 펼쳐든 채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왼쪽부터 구본길, 오상욱, 김정환, 김준호. 지바=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상대가 한 스텝을 뛰면, 두세 스텝을 더 뛰었다.

은빛 검의 화려한 움직임이 매력적인 펜싱. 하지만 한국 선수들에게는 1점을 따기 위해 많게는 수십 번 발을 딛는 스텝의 스포츠다. 한국 선수들은 대부분 중학생 때부터 칼을 잡는다. 하지만 유치원, 초등학교에서부터 칼을 쓰는 유럽 선수들과 손에 밴 칼 감각부터 다르다. 이미 성장한 한국 선수들이 유럽 선수와 대등한 손 기술을 키우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한국 펜싱은 ‘발 펜싱’을 선택했다. 번쩍이는 순간을 만든 건, 손보다 빠른 발이었다.

28일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도 구본길(32), 김정환(38), 오상욱(25), 김준호(27) 등은 부지런히 피스트를 앞뒤로 오가면서 상대 선수의 약점을 공략했다. 구본길은 “(처음 금메달을 딴) 2012년 런던 올림픽 때 머리를 모아서 연구를 많이 했다. 하체가 약해 손동작 위주로 하는 유럽 선수들을 스텝으로 파고들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김정환은 “다른 나라 선수들이 우리의 발 펜싱을 보고 충격을 많이 받았다고 들었다”며 “이후 많은 탐색을 거쳐 거기에 대응하는 기술을 들고 나오면 우리는 더 업그레이드된 발 펜싱을 들고 나왔다”고 밝혔다.

발 펜싱 덕분에 대응도 빨라졌다. 사브르는 상대가 공격해 올 때 적어도 0.17초 안에 반격을 해야 동시타로 인정받아 실점을 막을 수 있다. 에페와 플뢰레보다 더 빨리 찌르고 공격적으로 가야 한다. 화려한 스텝 변화로 상대를 흔들면서 압박감을 줄 수 있다. 무엇보다 빠른 속도전이 관건인 사브르에서 발 펜싱은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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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펜싱은 강한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선수들은 웨이트트레이닝도 필수다. 부상 위험도 많다. 우승의 최대 고비가 된 세계 랭킹 4위 독일과의 준결승(45-42)에서 선수들은 스텝을 밟다가 자주 상대 선수와 부딪쳐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55분간의 혈투 끝에 독일을 이긴 뒤 선수들은 지칠 만도 했지만 이탈리아와의 결승에서 다시 절정의 컨디션을 보였다.

아시아 선수 최초로 4개(금 2, 동 2)의 펜싱 메달을 딴 김정환은 “순간순간 과격하게 움직이다 보면 타박상은 어쩔 수 없다. 타박상이 교통사고 수준과 비슷할 정도로 아프지만 아픈 것 잊고 참고 뛴다”며 “경기 다음 날부터 일주일간 앓아눕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내일 금메달 들고 귀국해야 하는데 침대에서 일어날 수 있을지 걱정이다”라고 덧붙였다.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도 부상이 많아 선수들은 오전에는 재활에 전념하다 오후에는 다시 검을 잡았다. 식사 시간도 아끼려고 도시락을 먹어가며 훈련에 집중했다.

세계 랭킹 1위 오상욱은 지난해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며 마음고생을 했다. 이날 우승 후 오상욱은 “코로나에 걸리면서 다리에 힘이 빠져 힘들었다. 코로나에 걸려도 이겨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줘 기쁘다”고 말했다. 구본길은 “32강전에서 떨어진 개인전에서 아무것도 못 하고 내려왔다. 확신이 없어 불안했는데 간절함으로 버텼다”고 말했다. ‘맏형’ 김정환은 2018년 은퇴를 선언한 뒤 체력에 대한 부담과 부상 위험을 안고 다시 돌아왔다. 예비선수로 출전한 김준호(27)도 2019년 세계선수권에서 왼발 힘줄이 찢어지는 등 힘든 시간을 겪은 끝에 도쿄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원팀으로 뭉친 그들 앞에 그 누구도 적수가 되지 못했다.

지바=김정훈 기자 hun@donga.com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男사브르#어벤져스#2연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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