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 대신 ‘기권’ 택한 美 체조여왕에게 격려 쏟아졌다

임보미 기자 입력 2021-07-28 21:24수정 2021-07-28 21:33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시몬 바일스. 뉴시스
이미 열아홉 살에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4관왕을 차지하며 체조계의 전설 반열에 오른 시몬 바일스(24·미국)에게 사람들이 2020 도쿄 올림픽에서 기대한 건 ‘완벽’이었다. 하지만 바일스는 전관왕(6개 종목) 석권의 시작으로 여겼던 27일 여자 단체전에서 누구도 예상치 못한 ‘기권’을 선언했다. 그는 “무작정 세상이 기대하는 것을 해내려 하기보다 몸과 마음을 보호하겠다”고 말했다.

바일스는 이날 단체전 뜀틀 결선에서 한 바퀴 반만 몸을 비트는 저난도 유르첸코 기술을 시도했고 착지도 불안했다. 차원이 다른 기술을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성공해 내던 예전 모습이 아니었다. 결국 바일스는 뜀틀 경기 직후 기권을 선언했다. 미국은 대체 선수를 내세웠으나 2010년부터 올림픽과 세계선수권에서 이어오던 금메달을 러시아에 내주고 은메달을 차지했다.

바일스는 경기 후 기권을 택해야만 했던 정신적 어려움에 대해 털어놨다.

“오전 운동을 했을 때까진 괜찮았는데 경기장에 와서 멘털이 나가 버렸다. 결국 내 정신 건강에 집중해 나를 위한 결정을 했다.”

주요기사
결국 눈물을 터뜨린 바일스는 “예전만큼 스스로를 믿지 못한다. 좀 더 긴장을 하고,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올림픽이고 이게 나 스스로를 위한 것이기를 바랐는데…(울음) 내가 사랑하는 일을 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기쁘게 하기 위한 것이 된 것 같다”고 털어놨다. 앞서 단체전 예선을 마친 뒤 바일스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때로 내 어깨 위 세상의 무게를 느낀다. 아무렇지 않은 척 하려고 하지만 그게 엄청 힘들 때도 있다. 올림픽은 장난이 아니다!”라며 부담감을 내비친 바 있다.

2018년 미투 논란으로 밝혀진 미 체조 대표팀 주치의 성폭력 피해자 중 올림픽 무대에 다시 선 선수는 바일스뿐이다. 보통 여자 체조 선수들은 20세면 은퇴를 하지만 바일스는 “목소리를 내 변화가 생기도록 다시 돌아와야만 했다”며 올림픽 도전을 이어온 이유를 밝힌 바 있다.

바일스를 ‘초인(superhuman)’으로 비유하던 미국 언론들은 그간의 찬사가 그녀의 어깨에 지웠을 무게를 인정했다. CNN은 “아무렇지 않은 듯 공중에 날아올라 손쉽게 세계기록을 깨는 사람이지만, 그녀도 결국 인간”이라고 전했다. 뉴요커도 “바일스의 기권은 대중이 그녀에게 기대했던 바는 아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선수가 스스로의 한계를 설정하는 모습은 다음 세대 선수들에게 그 어떤 메달보다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면에서 또 다른 성취”라고 평했다.

바일스 같은 슈퍼스타가 올림픽 무대에서 기권을 선언한 것은 이례적이다. 하지만 최근 ‘정신적 부담’을 당당히 밝히는 선수들이 늘고 있다. 바일스가 기권한 날 안방 팬들의 기대 속 여자 단식 16강에서 탈락한 일본 테니스 스타 오사카 나오미(24)도 앞서 5월 프랑스오픈 2회전에서 기권하며 자신이 2018년부터 압박감에 심한 우울증을 앓았다고 공개한 바 있다.

미국 체조협회는 이튿날인 28일 “바일스가 29일 개인종합 경기도 기권하기로 했다. 용감한 결정에 박수와 지지를 보낸다”고 밝혔다. 바일스는 심리 상태를 지켜보며 향후 개인 종목 출전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