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30일 앞으로 다가와도 대규모 행사는 자제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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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대비에 3400억 더 들어… 관중 50% 허용한 결정적 이유
대회 무산땐 1조4000억 사라져
현지적응차 미리 오려던 선수들 각국 종목별 105개 팀 훈련 취소
스폰서 기업들 올림픽 마케팅 자제… 여론 안좋아 홍보 효과도 미지수

미국 스케이트보딩 올림픽 대표팀이 2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시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보드를 탄 채 등장하고 있다. 스케이트보딩은 도쿄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미국은 강력한 메달 후보로 꼽힌다. 스트리트와 파크 등 2개의 세부 종목이 있는데 각각 남녀 종목이 있어 총 4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로스앤젤레스=AP 뉴시스
미국 스케이트보딩 올림픽 대표팀이 2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시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보드를 탄 채 등장하고 있다. 스케이트보딩은 도쿄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미국은 강력한 메달 후보로 꼽힌다. 스트리트와 파크 등 2개의 세부 종목이 있는데 각각 남녀 종목이 있어 총 4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로스앤젤레스=AP 뉴시스
15억4000만. 한 달 앞으로 다가온 2020 도쿄 올림픽을 이야기할 때 제일 중요한 숫자가 바로 이 대회 전체 예산을 뜻하는 15억4000만이다. 원래 12억4000만 달러(약 1조4047억 원)였던 이번 올림픽 예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대회가 1년 연기되면서 3억 달러(약 3405억 원)가 늘었다.

대회를 취소하면 이 돈은 허공으로 날아가고 만다. 코로나19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상황에서도 대회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또 일본 정부가 자국민에 한해 경기장 수용 정원의 50%까지 관중을 받기로 한 이유이기도 하다.

두 번째로 중요한 숫자는 1만5500이다. 이번 대회를 취소하면 올림픽 참가 예정 선수 1만1100명과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참가 예정 선수 4400명이 1년을 허비한 셈이 된다. 이 중에는 프로에 진출해 큰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미룬 선수도 있고,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인 올림픽 무대를 위해 코로나19와 싸워 이긴 선수도 있다.

불안하지 않은 건 아니다. 일찍 일본에 도착해 현지 훈련을 진행하기로 했다가 취소한 각국 종목별 선수단이 105개 팀에 이른다. 올림픽 개회를 앞두고 대회 현장을 미리 체험해 보는 ‘테스트 이벤트’ 역시 당초 개회 시점이었던 2020년에 맞춰 끝난 상황. 이 때문에 이번 올림픽에는 현지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본게임’을 치러야 하는 선수가 적지 않다. 개최국 일본이 ‘역대급’ 안방 어드밴티지를 누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우여곡절 끝에 일본에 들어간다고 해도 사생활을 보장받지 못한다. 올림픽 참가 선수단 및 취재진은 입국 순간부터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기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실시간으로 위치를 보고해야 한다. 이번 대회 참가자들은 대회 기간 내내 선수촌과 경기장, 훈련장처럼 꼭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시설만 대회 전용 차량을 타고 방문할 수 있다.

개막이 코앞이지만 일본 도쿄의 분위기는 좀처럼 달아오르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대규모 행사는 모두 취소됐다. 대회 스폰서 기업들도 올림픽 마케팅을 자제하고 있다.

도쿄 하루미에 있는 올림픽 선수촌을 대중에 처음 공개한 21일에는 개회에 반대하는 이들이 선수촌 바깥에서 “올림픽 예산을 코로나19 대책에 사용하라”며 시위를 벌였다. 7월 이후 해외 선수단이 본격적으로 방일하기 시작하면 새로운 코로나19 변종이 탄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17일 기자회견에서 “TV로 올림픽 경기를 봐 달라”고 당부했다. 스가 총리의 지지율은 취임 후 최저인 37%(NHK 조사)까지 떨어졌다. 그래도 올림픽 강행 의사를 굽히지 않는 스가 내각에 다행스러운 일도 있다. 같은 조사에 따르면 올림픽 취소를 주장하는 일본 내 여론은 49%에서 31%로 줄었다. 그렇게 도쿄는 점점 ‘쇼가 계속돼야 하는’ 숫자를 찾아 달력에 X표를 하나씩 늘려가고 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 도쿄=박형준 특파원
#2020 도쿄 올림픽#예산#관중 50% 허용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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