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서 6시간 전 바뀐 경기장…손발 안 맞은 김학범호 ‘우왕좌왕’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13일 15시 08분


대한축구협회 제공
대한축구협회 제공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남자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과 이집트 대표팀 간 경기가 12일 오후 8시(현지 시간) 이집트 카이로 알살람 스타디움에서 무관중 경기로 치러졌다.

무관중이라서 가능한 일이 경기 시작 전부터 벌어졌다. 당초 경기가 열리기로 한 곳은 카이로 인터네셔널 스타디움이었지만, 이날 오후 2시쯤 갑작스레 경기 장소가 알살람 스타디움으로 바뀌었다.

이집트 청소년체육부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경기장 변경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이틀 뒤인 14일 이집트 성인 국가대표팀과 토고 국가대표팀 간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경기를 앞두고 있어 경기장 시설 점검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리버풀에서 뛰는 이집트 축구 최고 스타 무함마드 살라흐 출전이 예고돼 있어 경기장 점검에 각별히 공을 들이는 기색이었다. 선수단 버스만 옮기면 되다 보니 경기장을 옮기는 결정도 쉽게 내려졌다.

13일 U-23 대표팀 경기는 3개국(브라질 포함) 친선대회 참가국 소속 축구협회 관계자들과 외신 기자, 안전요원 등 50여 명을 위한 하프라인 인근 지정석을 제외하곤 전 관중석은 텅 비어 있었다. 지정석은 하프라인서 코치진 등을 바라보는 방향이었다. 이날 경기장 입장은 사전에 허가를 받고, 입장 허가를 받은 사람들로 한정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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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중 경기라 관중석에서 터져 나오는 함성은 없었다. 축구장과 기자 지정석까지는 약 70m 정도 거리였는데, 관중석에서 적막이 흐르다 보니 선수들의 목소리와 감독 지시 등을 들을 수 있었다. 마치 콘서트장처럼 선수들의 목소리와 공을 차는 소리가 중앙 무대에서 크게 울렸다.

김 감독은 전반 25분쯤 대표팀 수비 진영에서 선수들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보이자 “뭐하는 거야”라고 수비 라인을 향해 말했는데, 관중석에서도 들릴 정도였다. 주로 수비에서 아찔한 장면이 나올 때마다 벤치에서 일어나 지시를 내렸다. 경기장이 조용하다보니 선수들이 멀리서 감독을 바라보다가 지시를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도 자주 보였다.

맏형이자 수비조율 책임을 맡은 골키퍼 송범근도 이날 목소리를 자주 낸 선수다. 시종일관 수비진을 향해 “사람을 보라고”, “왼쪽으로 더 붙어”, “(수비 진영으로) 들어와”라며 소리 지르다가 목소리가 갈라지기도 했다. 전반 중반부터 역습을 수차례 허용하면서 수세에 몰리자 송범근의 목소리가 더 자주 나왔다. 이집트 기자 중 한 명은 기자에게 “한국팀 골키퍼의 이름이 무엇이냐”고 묻기도 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대한축구협회 제공
공격에서 활로를 찾지 못하자 주장 완장을 차고 있는 백승호가 선수들을 향해 “대화를 해야 해”라며 소통을 강조하는 모습도 보였다. 상대적으로 별 대화나 목소리를 밖으로 내지 않는 이집트 선수들에 비해 한국 선수들이 선수들의 이름을 부르며 활발히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였다. 부족한 훈련 시간을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해결하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번번이 공격 시도가 막히고 활로를 찾지 못하는 가운데 걷는 장면이 많아지면서 지쳐 보이는 기색이 차츰 드러났다.

이날 경기장 지정석엔 이틀 뒤 상대하게 될 브라질 U-23 대표팀도 앉아 있었다. 안드레 자딘 브라질 U-23 대표팀 감독에게 한국 대표팀을 평가해달라고 하자 “굉장히 움직임이 빠르고, 잘 조직돼 있는 팀”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인상적인 선수를 묻는 질문엔 대답하지 않았다.

이집트 거주 교민들은 이날 경기 단체관람을 희망했으나, 무관중 경기로 결정되자 결국 방송을 보며 각자 응원했다. 현지에서 금요일마다 축구를 하는 교민 동호회에서는 경기를 각자 보되, 온라인 메신저를 통해서 경기 소감을 나누면서 시청하는 모습을 보였다. 무기력한 경기 끝에 0:0으로 비긴 것과 관련해서는 아쉽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이집트 청소년체육부는 한국과 브라질 U-23 대표팀과 경기가 열리는 14일 한국인 교민 응원 인원을 5명까지 허가했다.

카이로=임현석 특파원 l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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