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감독의 독한 결심 “위부터 달라지자”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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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진 붙잡기 성공 위성우 감독
“옳은 줄만 알았던 훈련방식 개선, 선수들 편하게 다가오게 하겠다”

“강도 높은 훈련에도 선수들이 힘들다는 말을 안 하는 게 우리은행의 힘이라고 여겼는데….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자 프로농구 우리은행을 6시즌 연속 통합 우승으로 이끌고 2019∼2020시즌에도 정규리그 1위로 견인한 ‘명장’ 위성우 감독(49·사진)은 최근 자신의 지도 방식을 되돌아보고 있다.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팀의 간판스타 박혜진(30)과의 4년 재계약을 성사시키는 과정에서 느낀 게 많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스타인 박혜진은 이적과 잔류를 놓고 오랜 시간 고민한 끝에 21일 재계약했다.

위 감독은 “박혜진의 마음을 깊게 들여다보지 못했다. 그동안 수백 번 미팅을 할 때마다 괜찮다고만 하니 나로선 힘든 훈련을 잘 참아 줘 고맙다고 생각했다.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내 지도 방식이 옳은 줄만 알았다”고 말했다.

2012∼2013시즌 우리은행 지휘봉을 잡은 위 감독은 당시 4시즌 연속 최하위에 머물며 극심한 패배주의에 빠져 있던 선수들을 강하게 다그쳤다. “몸이 기억해야 이긴다”는 철학 속에 이전까지 경험하지 못한 혹독한 훈련을 통해 우리은행은 최강으로 도약했다.

하지만 개성을 중시하는 어린 선수들은 적응에 애를 먹기도 했다. 자율적으로 진행하는 야간 개인훈련에도 감독과 코치가 나서는 데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는 경우도 있었다. 후배들과 코칭스태프의 가교 역할까지 맡았던 박혜진은 심적 부담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에어컨리그’ 동안 자신과 동향인 박혜진을 붙잡기 위해 부산까지 내려갔던 위 감독은 “지난 시즌 은퇴한 임영희 코치도 그렇고 고참들이 고충을 제대로 얘기를 못한 것 같더라. 후배 선수들은 더 힘들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젠 나부터 좀 달라져야겠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변화의 핵심은 소통이다. 위 감독은 “요즘 트렌드에 맞지 않는 고집을 버리고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가겠다. 선수들도 편하게 다가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박혜진과 김정은 등 간판스타들과 모두 재계약하며 다음 시즌 기대감을 부풀렸다. 위 감독은 “앞으로 외국인 선수 등 제도 변화도 예상된다. 새로운 환경에 대처할 수 있도록 많은 고민을 하겠다”고 말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위성우#여자프로농구#우리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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