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순? 수비 포지션? 제가 둔감해서 그런가….”
‘괴물’ 강백호(21·KT 위즈)는 매년 변화의 시험대에 서왔다. 데뷔 첫해인 2018년은 아마추어에서 프로로 탈바꿈하는 과정이었다. 29홈런으로 고졸 신인 최다 홈런 기록을 세우며 완벽한 진화에 성공했다. 2년차인 지난해는 전업 외야수로 자리매김했다. 올해는 1루수로 다시 변신을 예고했다. 성공만 한다면 팀과 개인 모두에 긍정적 변화인데, 팀 내 코칭스태프는 ‘1루수 강백호’의 자질에 기대이상이라는 반응이다. 이강철 감독이 강백호를 아직 주전 1루수로 낙점한 것은 아니지만 지금의 분위기라면 개막전 1루수 출장도 가능할 전망이다.
아마추어에서 프로로, 투수에서 외야수로, 그리고 다시 1루수로…. 거듭 변신하는 카멜레온 같은 강백호의 진짜 성장은 ‘멘탈’에서 드러난다. 사실 프로 입단 직후부터 타격 재능보다 멘탈에 더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고졸 신인이 팀 내 최고의 타자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은 곧 그만한 부담과 싸워왔다는 의미다.
이제 막 고교생 티를 벗은 20대 초반 선수가 프로, 그리고 국가대표 무대에서 부담을 안 느낄 수는 없다. 다만 그 부담과 싸워 이겨내 왔을 뿐이다. 강백호는 2월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만났을 때도 “사람인지라 부담을 안 느낀다면 거짓말이다. 긴장될 때도 많다”며 “스스로 야구를 즐기는 편이라고 자부했지만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 한일전에는 정말 많이 떨었다”고 회상한 바 있다.
또래 선수들이 하기 어려운 다양한 경험이 더해지며 강백호의 멘탈은 훌쩍 자랐다. 거듭되는 포지션 변경에 자신의 색을 온전히 드러내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의연하게 넘기고 있다. 강백호는 최근 인터뷰에서 “1루수 변신은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젊은 나이에 여러 포지션을 맡는 건 내게도 긍정적이다. 이런 걸 경험하지 못하는 선수들이 더 많다”고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리그 개막이 늦춰지며 컨디션 관리에 애를 먹고 있지만 “1루수로 준비할 시간이 늘었으니 긍정적”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1번 지명타자(2018년), 3번타자 겸 우익수(2019년), 그리고 다시 3번타자 겸 1루수(2020년). 강백호는 “타순이나 포지션을 크게 신경 쓰는 타입이 아니다. 나를 오래 지켜본 분들이라면 알 것”이라며 “생각 없이 야구를 하는 게 장점인 것 같다”고 자평했다. 야구장 안에서는 그저 눈앞의 것만 생각하는 천재 타자이지만 야구장 밖을 나서면 반려견의 기침 한 번에도 노심초사하는 20대 초반의 청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