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보이콧 릴레이…日, 결국 ‘두손 두발 들었다’

  • 뉴스1
  • 입력 2020년 3월 24일 2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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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 그리고 이어진 보이콧 릴레이. 일본 정부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결국 두손 두발을 든 배경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24일 2020 도쿄올림픽의 연기를 공식 발표했다. IOC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와의 공동 성명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으로 인해 올림픽 일정을 2021년 여름까지 조정한다고 밝혔다.

아베 신조(安倍 晋三) 일본 총리과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앞서 이날 오후 전화 회담을 갖고 도쿄 올림픽의 1년 연기에 합의했다. 근대 올림픽 124년 역사상 처음 있는 올림픽 연기다.

중국 우한 지역에서 원인 모를 폐렴에 걸린 사람들이 속출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월. 이후 코로나19로 명명된 바이러스는 전세계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중에도 일본 정부와 IOC는 “도쿄올림픽을 정상적으로 개최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공식적으로 도쿄올림픽 정상 개최 불가 가능성을 처음 언급한 것은 딕 파운드 IOC 위원. 캐나다 수영 국가대표 출신 파운드 위원은 1978년 처음 IOC 위원이 돼 집행위원, 부위원장 등을 거친 현역 최장수 위원이다. 바흐 위원장보다 IOC에 오래 몸담은 만큼 영향력도 크다.

파운드 위원은 지난달 26일 AP통신과 인터뷰에서 “코로나19로 도쿄에서 올림픽을 개최하는 것이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대회 연기, 장소 변경이 아닌 취소를 결정할 수 있다”며 “대회 2개월 전인 5월말까지는 취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스가 요시히데(菅 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IOC에 사실관계를 확인한 결과 파운드 위원의 발언은 IOC의 공식 견해가 아니다”라며 “IOC는 예정대로 대회를 열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그 다음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폭탄을 터뜨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빈 경기장에서 올림픽을 치르는 것보다 1년 연기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고 연기를 언급했다. 무관중 대회는 피하자는 취지의 발언.

미국 대통령의 발언도 파급력이 셌다. IOC가 ”개개인의 발언에는 코멘트하지 않는다“며 ”7월에 안전하게 올림픽이 개최될 수 있도록 일본과 긴밀히 연계해 성공을 위한 최선을 다하겠다“고 기존 입장을 고수했지만 그 때부터 ‘도쿄올림픽 위기론’에 불이 붙었다.

유럽과 미주 대륙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 사망자가 폭증하면서 도쿄올림픽의 연기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점점 더 높아졌다. 일본 내 설문조사에서도 일본 국민 80% 이상이 ‘도쿄올림픽을 연기 또는 취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IOC는 끝까지 버텼다. 바흐 위원장은 17일 긴급 집행위원회를 개최한 뒤 IOC 선수위원, 각 국가올림픽위원회(NOC)와 연쇄적으로 회의를 열었다. 사흘 연속 IOC의 입장은 ”올림픽 개막을 4개월이나 앞둔 상황에서 어떠한 결정을 내리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것이었다.

일본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베 총리도 17일 주요 7개국(G7) 정상들과 가진 화상 회의를 마친 뒤 ”도쿄올림픽을 완전한 형태로 개최하는 것에 대해 각국 정상들의 지지를 얻었다“고 밝혔다.

IOC와 일본의 굳은 의지는 세계적 반발로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했다. 먼저 선수가 목소리를 냈다. 2016년 리우올림픽 여자 장대높이뛰기 금메달리스트 카테리나 스테파니디(그리스)는 ”IOC는 선수들과 가족들의 건강, 그리고 공중위생을 위험에 빠뜨리고 싶은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아이스하키 선수 출신 헤일리 위켄하이저(캐나다) IOC 위원도 ”훈련 시설이 폐쇄되고 올림픽 지역예선은 연기되고 있다“며 ”선수들이 올림픽을 제대로 준비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내부 비판에 나섰다.

그럼에도 야마시타 야스히로(山下 泰弘) 일본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은 자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솔직히 말해 강행을 비판하는 의견이 선수들 전체의 목소리인지 의문이다. 많은 선수들은 틀림없이 어떻게든 안전하게 대회가 열리길 바라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흐 위원장 역시 21일까지만 해도 독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 ”올림픽은 토요일 축구 경기처럼 연기할 수 없다“며 ”(올림픽 연기는) 과정이 매우 복잡하고, 확실한 토대가 마련돼야 처음으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대회 정상 개최 의지를 이어갔다.

그러자 22일 노르웨이 올림픽위원회가 IOC에 도쿄올림픽의 연기를 공식 요청했다. 미국 수영연맹, 영국 육상연맹 등도 가세했다. 23일에는 캐나다를 시작으로 뉴질랜드, 호주가 차례로 ”연기하지 않으면 보이콧하겠다“고 강수를 꺼내들었다.

선수 차원의 보이콧도 등장했다. 2014 카잔 펜싱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리스트 막스 하르퉁(독일)이 ”연습을 하지 못해 올림픽에 초점을 맞추기 어려웠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도쿄올림픽 불참을 선언했다.

결국 IOC도 일본도 연기를 결정했다. 1년 연기에 따른 손실은 7조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취소될 경우의 52조원과 비교하면 적은 액수지만, 일본 경제에는 적지 않은 타격이 될 전망이다. 처음부터 버틴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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