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 이탈 확정·무거워진 염경엽의 어깨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12월 20일 05시 30분


‘에이스’ 김광현의 메이저리그행 확정으로 SK 염경엽 감독의 고민이 깊어졌다. 가장 확실한 선발 카드가 빠지면서 2020시즌 
준비에 비상이 걸렸다. 외국인투수 교체, 투수 코치 이탈 등 갖은 변수 속에서 그는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까. 스포츠동아DB
‘에이스’ 김광현의 메이저리그행 확정으로 SK 염경엽 감독의 고민이 깊어졌다. 가장 확실한 선발 카드가 빠지면서 2020시즌 준비에 비상이 걸렸다. 외국인투수 교체, 투수 코치 이탈 등 갖은 변수 속에서 그는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까. 스포츠동아DB
KBO리그에서 손꼽히는 전략가 중 한 명인 염경엽 SK 와이번스 감독(51)이 2020시즌 중요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에이스의 전력 이탈 확정.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메이저리그 입성은 야구팬들에게 전해진 기분 좋은 뉴스지만 동시에 SK 에이스의 전력 이탈이 확정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리그 최정상급 국내 에이스의 존재는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 등 다양한 세이버 메트릭스로도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기 어렵다.

김광현은 2019시즌 31경기에 등판, 190.1이닝을 책임졌다. SK가 소화한 1292.1이닝의 14.7%에 이르는 숫자다. 10개 구단 투수 중 1위, 외인 투수까지 포함해도 전체 3위 최다이닝 기록이다. 올 시즌 165이닝 이상을 던진 투수는 16명인데 그 중 국내 투수는 김광현을 포함해 단 5명에 불과하다. 이처럼 이닝이터 역할을 해내면서 평균자책점 2.51, 이닝당 출루허용 1.24로 뛰어난 피칭을 했다.

수년간 SK는 김광현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외국인 투수 스카우트에서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격적인 선택을 할 수 있었다. 다양한 실험도 펼칠 수 있었다. 빅리그 경력이 전혀 없었던 메릴 켈리 등이 대표적이다.

김광현이 떠난 자리를 대신할 국내 투수를 내년 시즌 당장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도 에이스급 투수는 없다. 새 외국인 투수 닉 킹엄, 리카르도 핀토가 기대만큼 선전해주고 문승원과 박종훈이 건재해도 염경엽 감독은 190.1이닝을 대신할 투수를 찾아야 한다.

SK 감독 염경엽(왼쪽)과 투수 김광현. 스포츠동아DB
SK 감독 염경엽(왼쪽)과 투수 김광현. 스포츠동아DB

염 감독은 올 시즌 리그 정상급 불펜진 구축이라는 의미 있는 성과를 보여줬다. 특히 정상급 마무리 투수가 된 하재훈의 성장을 이끈 점이 높이 평가된다. 그러나 이 역시 리그에서 가장 안정적인 선발진을 보유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선발 투수 육성은 더 까다롭다. 불펜에 비해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리스크도 높다.

2007~2008년 KIA 타이거즈 조범현 감독은 온갖 비난 속에 신인투수 양현종에게 2년 동안 16번 선발등판 기회를 줬다. 2년간 1승에 그친 양현종은 2009년 12승을 올리며 선발투수로 완성됐다. 선수와 감독 모두 고통스러운 인내의 시간 뒤 얻은 열매였다.

김경문 감독은 2017년 NC 다이노스에서 “욕을 먹어도 구창모에게 10번의 선발 기회를 주겠다”고 공개 약속을 하기도 했다. 구창모는 그 해 부진했지만 김 감독은 “괜히 약속했다”고 농담을 하면서도 끝까지 기용했다. “외국인 투수의 의존도를 낮춰야 강팀이 될 수 있다”는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구창모 역시 2019년 10승 투수가 됐다.

염 감독은 우승 전력을 물려받고도 2019시즌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두산 베어스에 1위를 내준 페넌트레이스에서는 너무 빨리 가을야구 준비 모드로 전환했다는 비판이 있었다. 플레이오프에서는 키움 히어로즈 장정석 전 감독의 놀라운 불펜 전술에 대응하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염갈량’으로 불린 명성을 되찾기 위해서는 2020시즌 보여줘야 할 것이 많다. 에이스도 이탈했고 함께 성공을 거둬온 손혁 전 투수코치도 감독이 되어 떠났다. 위기일 수도 있지만 염 감독이 2020년 팀의 현재와 미래 모두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낸다면 훨씬 더 높이 재평가 되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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