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던 키움의 기세, KS에선 통하지 않았다

  • 뉴시스
  • 입력 2019년 10월 26일 19시 05분


코멘트

키움, 정규시즌 3위로 마감…준PO·PO 거쳐 KS 진출
불펜 야구로 선전했지만, KS에서 불펜 무너지며 완패
이영준·윤영삼 등 새 얼굴, PS 경험은 수확

키움 히어로즈의 창단 첫 우승 도전이 실패로 돌아갔다.

키움은 2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4차전에서 연장 승부 끝에 두산 베어스에 9-11로 패했다.

2014년 이후 5년 만의 KS 무대를 발은 키움은 2015년부터 5년 연속 KS에 진출한 두산을 넘어서지 못했다. 1차전부터 단 한 번의 승리도 가져오지 못한 채 4연패를 당하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창단 첫 우승의 꿈도 다음으로 미루게 됐다.

두산, SK 와이번스와 함께 ‘3강’으로 평가를 받고 시작한 시즌이었다. 키움은 투타에서 안정적인 전력을 자랑하며 순항했다.

타선에는 홈런왕 박병호를 중심으로 최다 안타 2위 이정후, 타점 1위 제리 샌즈, 득점 1위 김하성 등이 버텼다. 마운드도 견고했다. 제이크 브리검과 에릭 요키시 등 외인 투수들과 함께 토종 선발들도 제 몫을 해냈다. 구원진은 리그 평균자책점 1위(3.41)로 선전했다.

시즌 막판 1위 경쟁까지 했던 키움은 정규시즌을 3위로 마감했다.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가을을 경험했다.

키움은 준플레이오프(준PO·5전 3승제)에서 LG 트윈스를 3승1패로 물리쳤고, 플레이오프(PO·5전 3승제)에서 SK 와이번스를 3승으로 완파했다. 승리를 거듭하며 기세가 올랐다.

정규시즌 1위로 한국시리즈에서 붙을 상대를 기다리고 있던 두산도 “키움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며 바짝 긴장했다.

특히 키움의 ‘벌떼 불펜’은 이번 가을의 최대 히트작이었다. 키움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강력한 불펜을 앞세워 승승장구했다. 엔트리에 든 30명 중 14명을 투수로 채웠다.

이 중 선발을 제외한 모든 선수들을 필승조로 활용했다. 다양하고, 강력한 키움의 불펜 투수들에 상대 타자들은 힘을 쓰지 못했다.

그러나 준PO와 PO를 거쳐 KS로 올라오는 동안 쌓인 피로도에 발목이 잡혔다. 여러 투수들이 이닝을 나눠 가졌지만, 큰 경기에 대한 긴장감 등은 무시할 수 없었다.
결국 이전까지 가장 믿을 수 있는 무기였던 불펜은 KS에서 그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1차전에서 마무리 오주원이 끝내기 안타를 맞으면서 첫 판을 내준 키움은 2차전에서 불펜이 붕괴되며 또 다시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4차전에서는 불펜 난조에 8-3의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8-9로 패색이 짙던 9회말 어렵게 동점을 만들어 승부를 연장으로 가져갔지만, 키움의 불펜이 먼저 무너졌다.

큰 무대에 대한 긴장감도 이겨내지 못했다. 디테일한 야구를 강조하는 키움이지만, 연거푸 실책이 나오며 흔들렸다. 정규시즌 144경기에서 99개의 실책을 해 최소 실책 5위를 기록한 키움은 이번 KS 4경기에서 6개의 실책을 저질렀다.

무너진 수비는 ‘1점’이 더 중요한 단기전에서 패배의 빌미가 됐다. 5년 연속 KS를 치르고 있는 두산의 경험에서 나오는 여유도 당해낼 수가 없었다.

여기에 악재도 겹쳤다. 내야수 송성문이 KS 1차전 경기 중 더그아웃에서 두산 선수들을 향해 막말성 고함을 지르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집중포화를 맞았다.

송성문은 2차전을 앞두고 공식 사과를 했지만, 이후 그가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경기장은 관중들의 야유로 가득찼다. 이미 1차전에서 끝내기 패배로 한풀 꺾인 키움은 분위기 싸움에서도 밀릴 수밖에 없었다.

아쉬운 마무리에도 소득은 있다. 기존 필승조 조상우와 한현희, 김상수, 오주원 외에 이영준, 윤영삼, 양현 등 새 얼굴의 재발견은 단연 돋보인다.

이전까지 크게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던 이들은 포스트시즌의 부담감도 이겨내며 매 경기 역투, 리그에서 주목하는 투수로 거듭났다. 영건 이승호도 가을무대에서 주눅들지 않는 씩씩한 투구을 펼치며, 한 단계 성장을 확인했다.

키움의 젊은 선수들이 준PO부터 KS까지 경험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큰 경기의 경험은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느낄 수가 없다. 이제 다음 가을이 왔을 때는 더 무서운 키움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이유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