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의 KS, 박건우·오재일·김재호·박세혁 가을 주인공 등극

  • 뉴시스
  • 입력 2019년 10월 26일 18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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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2018, 2년 연속 KS 준우승에 설욕 다짐
지난해 KS에서 부진했던 박건우·김재호·오재일 나란히 활약
주전 포수 박세혁도 입지 확고히 다지며 맹활약

‘힐링’의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였다. 마음고생을 털어내고 우승까지 일궈낸 두산 베어스가 활짝 웃었다.

두산은 2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 KS 4차전에서 키움 히어로즈를 연장 접전 끝에 11-9로 물리쳤다. 2019 KS 우승을 확정짓는 승리였다.

1차전부터 4연승을 달린 두산은 3년 만의 통합 우승도 달성했다.

아픔까지 치유한 우승이라 더 의미가 있다.

두산은 2015년 이후 지난해까지, 매년 KS에 진출했다. 그러나 KS 우승은 2015년과 2016년까지였다. 2017년과 2018년에는 KS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정상을 눈 앞에 두고 돌아서야 했던 만큼 선수들의 아쉬움도 컸다. 특히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하고도, SK 와이번스에 밀려 KS 준우승에 그쳤던 지난해의 상처는 더 깊었다.

작년 가을, 전체적으로 부진했던 타자들은 그래서 이번 KS를 더 기다렸다. 설욕을 다짐했던 타자들은 너도나도 만점 활약을 펼쳤다. 지난해의 악몽을 지우지 못하고 마음고생을 했던 만큼 더 크게 날았다.
박건우는 지난해 KS 6경기에서 타율 0.042(24타수 1안타)로 부진했다. 더욱이 결정적인 찬스가 계속해서 박건우에게 걸렸지만, 번번이 힘없이 물러났다. 두산이 준우승에 머물자 박건우와 박건우를 꾸준히 기용한 김태형 두산 감독에 비난이 쏠렸다.

올해는 달랐다. 박건우는 이번 KS에서 맹활약하며 공격첨병 역할을 제대로 했다. 2차전에서는 끝내기 안타를 때려낸 뒤 눈물을 펑펑 쏟아내기도 했다.

박건우는 “눈물을 보이기 싫었는데, 작년부터 너무 못했고, 나때문에 우승도 날아갔다. 그런 것들이 스쳐 지나가더라”고 털어놨다. “내가 욕 먹는 건 괜찮지만, 팀과 감독님, 코치님들까지 안 좋은 소리를 듣는 건 미안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올 가을에는 박건우의 활약에 박수가 끊이지 않았다. 고비마다 호수비로 위기를 지워내고, KS 개인 첫 홈런을 신고하는 등 ‘가을 남자’로 다시 태어났다.

오재일도 활짝 웃었다. 그는 지난해 KS에서 타율 0.125(16타수 2안타)에 머물렀다. 중심타자인 만큼 부담도 더 컸다. “작년 KS에서 내가 못한 것도 마음이 아프지만, 팀이 우승을 못한 게 더 아쉬웠다. 이번에는 꼭 우승을 하겠다는 마음으로 KS를 준비했다”며 별렀다.

오재일은 이번 KS 1차전에서 끝내기 안타를 때려내고, 2차전에서 홈런을 날리는 등 타선을 든든하게 지켰다. 4차전에서도 연장 10회 결승 2루타를 쳐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시리즈 최우선수(MVP)도 오재일이 거머쥐었다.
“준우승의 아픔을 알기 때문에, 다시 그 아픔을 겪고 싶지 않다”며 이를 악물었던 김재호도 빼놓을 수 없는 ‘결자해지’의 주인공이다. 김재호는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타율 0.167(24타수 4안타) 1타점에 머물렀다. ‘가을야구에 약하다’는 이미지를 지워내기 위해 더 칼을 갈았다.

시리즈를 앞두고 “올해 KS를 제일 열심히 준비했다”며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던 김재호는 실력으로 보여줬다. KS 3차전까지 타율 0.375(8타수 3안타)를 기록했던 그는 4차전에서도 3타수 1안타 2볼넷을 얻어냈다.

주전으로는 첫 KS를 치른 박세혁도 이번 가을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지난해까지 주전 포수 양의지(NC 다이노스)의 백업이었던 박세혁은 2019시즌 처음으로 주전으로 풀타임을 소화했다. 시즌 동안 공수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지만, KS를 앞두고는 부족한 PS 경험이 약점으로 지적됐다. 팀을 떠난 양의지와의 비교도 계속됐다.

위축되지 않은 박세혁은 보란 듯이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매 경기 선발 포수로 나와 투수들과 호흡을 맞추며 임무를 완수했다. 타석에서도 뜨거웠다. KS 4경기에서 12타수 5안타 4타점을 수확했다. 그토록 원했던 ‘우승포수’ 타이틀까지 거머쥐며 자신의 가치를 입증시켰다. 양의지의 그림자는 모두 지워버렸다.

지난 가을의 설움은 모두 털어냈다. 그토록 간절했던 우승, 그 주역으로 우뚝 선 이들에겐 더 잊을 수 없는 찬란한 가을이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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