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 달군 윤빛가람·김민우, 제대로 불붙은 ‘전역자 효과’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9월 24일 05시 30분


제주 윤빛가람(왼쪽)-수원 김민우. 사진|제주유나이티드·스포츠동아DB
제주 윤빛가람(왼쪽)-수원 김민우. 사진|제주유나이티드·스포츠동아DB
여름이적시장이 끝난 뒤 K리그의 시선은 하나로 쏠렸다. 사실상 전력보강의 마지막 찬스로 볼 수 있는 전역 선수들의 합류였다. 실제로 병역의무를 다한 이들 가운데 다수가 전·현직 태극전사들이라는 점에서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당연히 효과가 크다. 벤치가 오매불망 기대한 만큼 신입 아닌 신입생들은 친정 팀에서 각자의 역할을 다하며 긍정의 에너지를 불어넣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이가 윤빛가람(29·제주 유나이티드)과 김민우(29·수원 삼성)다.

국내 유일의 군 팀 상주 상무에서 활약한 공격 콤비는 자신의 소속 팀으로 복귀해 맹위를 떨쳤다. 과거 선배들과 마찬가지로 병장 신분으로 얻은 마지막 휴가를 할애해 몸을 만들고 동료들과 손발을 맞춘 뒤 전역신고를 하자마자 그라운드에 투입됐다.

복귀 시점도 같았다. 21일 일제히 진행된 ‘하나원큐 K리그1 2019’ 30라운드에서다.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남FC와의 홈경기에서 윤빛가람은 ‘중원 엔진’으로 출격해 공수의 연결고리 역할을 120% 해냈다. 10경기만의 달콤한 승리, 스코어 3-0 쾌승에서 비록 공격 포인트는 올리지 못했어도 재간 넘치는 움직임과 패스 플레이로 상대 진영을 뒤흔들었다.

꼬리를 내리고 대개 주도권을 내준 채 소극적인 경기운영을 하던 제주는 중원이 안정을 찾으면서 이전과 확실히 달라졌다. 볼 점유율도 높았고, 과감한 공격 전개가 돋보였다. 전방 압박이 살아나면서 수비도 한층 탄탄해졌다.

김민우도 발군의 기량을 과시했다. 같은 날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끝난 ‘친정 아닌 친정’ 상주와의 경기에 그는 전반 36분 귀중한 첫 골을 안겼다. 후반 6분 수원에서 상주로 떠나 군 복무를 시작한 김건희에게 실점해 1-1로 비겼어도 김민우의 움직임도 인상적이었다. 팀 내 최고의 멀티 플레이어답게 바뀐 포지션을 혼란 없이 소화했다. 상주에서 주로 측면에서 뛴 그는 수원에서 2선 공격수로 나섰다.

공교롭게도 제주와 수원의 사정은 좋지 않다. 시즌 내내 최하위권을 맴도는 제주는 당장 잔류에 목숨을 걸어야 하고, 수원은 우승은커녕 자존심의 순위인 6위권 진입이 위태롭다. 최대 목표로 삼았고 또 가장 성사 가능성이 높아 보이던 FA컵 4강에서 4부 리그격인 K3리그 화성FC에 무릎을 꿇어 결승진출을 장담할 수 없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둘에게 구세주 역할이 부과된 셈이다.

FC서울도 ‘전역자 효과’를 본 대표적인 팀이다. 주말 포항 스틸러스 원정에서 1-2로 패해 3위 수성에 적신호가 켜졌으나 ‘다용도 공격수’ 이명주(29)와 ‘살림꾼’ 주세종(29)이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경찰축구단(아산 무궁화)에서 의경복무를 마치고 복귀해 최용수 감독을 흐뭇하게 하고 있다. 서울이 여름이적시장 기간, 비어 있는 외국인 선수 쿼터를 채우지 않은 결정적인 배경에는 ‘용병 이상의’ 실력을 갖춘 둘의 합류가 있다.

최 감독은 “팀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 확실히 템포가 달라졌다”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