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의 피버피치] 신뢰와 소통의 시대, K리그는 정말 현장을 존중하나요?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7월 12일 05시 30분


전북 현대 이철근 전 단장(왼쪽)과 최강희 전 감독. 스포츠동아DB
전북 현대 이철근 전 단장(왼쪽)과 최강희 전 감독. 스포츠동아DB
최근 중국 슈퍼리그 다롄 이팡 지휘봉을 잡은 라파엘 베니테스 감독(스페인)은 개인 홈페이지에 이런 글을 남겼다.

“이곳(다롄)에서 구단 식구들이 보여준 존경과 친절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3년간 몸담은 뉴캐슬 유나이티드(잉글랜드)에서 구단 회장, 사장을 만난 횟수보다 최근 며칠 동안 다롄 직원들을 만난 시간이 더 많았다.”

중국과 다롄에서의 생활이 만족스럽다고 알리기보다는 뉴캐슬에 소통과 대화가 부족했음을 꼬집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뉴캐슬의 마이클 애슐리 회장은 ‘짠돌이’로 정평이 난 인물. 몸값 높은 선수보다 유망주들을 선호한다. 최정상급은 아니라도 베테랑의 가치를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는 베니테스 감독이 새 행선지를 찾은 배경이다.

그런데 베니테스 감독의 소감이 마음에 크게 와닿지 않는 건 ‘축구굴기’를 내세운 중국은 철저한 성과주의를 표방하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인 감독들에게 ‘○○경기 이상 승리하지 못할 시, 계약해지’ 등의 독소조항을 계약서에 포함시킨다. 거액을 들였으니 효과도 빨리 보겠다는 조급증의 표현이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해외 명장들이 불명예스럽게 짐을 쌌다.

시선을 돌려보자. 한국축구의 젖줄은 지도자들에게 어떤 곳일까. K리그는 지도자가 정말 존중을 받는 무대일까. 다양하고 많은 이야기를 접하며 솔직히 ‘반반’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돈도, 잔인한 독소조항도 없지만 존중마저 없는 경우도 꽤 있다.

물론 몇몇 구단들은 감독과 적절히 선을 그으면서 최적의 시점에 소통으로 최선의 방향을 찾는다. 오랜 시간 한솥밥을 먹으면서 전북 현대를 아시아 강호로 이끈 이철근 전 단장과 최강희 감독(상하이 선화)이 대표적인 예다. 각자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며 서로를 존중했다. 또 위기가 찾아왔을 때 묵묵히 기다리며 상황을 되돌아보고 다시 치고 올라갈 수 있도록 여유를 줬다.

조세 모라이스 감독(포르투갈)과 지금의 전북, 김도훈 감독과 울산 현대, 최용수 감독과 FC서울도 비교적 긍정적인 기류가 흐르는 팀들이다. 간간이 충돌도 있으나 좌초를 알리는 파열음과는 거리가 있다.

그에 반해 일부에서는 끊임없이 엇박자가 난다. A구단은 현장에서 보강을 외칠 때 오히려 선수를 팔아 힘을 빼고 B구단은 선수 재계약과 같은 중요한 사안을 제때 정확하게 알리지 않아 얼굴을 붉힌다. C구단은 전력을 수급할 때 현장 의견을 듣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추진해 마찰을 빚었다. 심지어 이렇게 데려온 선수를 활용하지 않으면 ‘왜 쓰지 않느냐’며 윗선이 압력을 행사했다. 여기에 불필요한 트집을 잡고 무리한 훈수를 두는 이들이 있으니 팀이 제대로 돌아갈 수 없다.

승점 1에 물고 물리는 치열한 순위경쟁이 K리그에 한창이다. 우승,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 상위 스플릿 진입, 생존 등 저마다 다른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다양한 상황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시기, 지도자들의 역량과 사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조직의 성공이 서로를 향한 신뢰, 존중에 있음을 K리그 구단들이 잊어선 안 된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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