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 맞대결, 배제성은 겁 대신 경험치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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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5월 29일 0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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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배제성. 스포츠동아DB
KT 배제성. 스포츠동아DB
2경기 12이닝 평균자책점 0.75. 2승을 거뒀어도 이상하지 않은 성적이지만 승리 없이 1패. 그러나 배제성(23·KT 위즈)은 이 2경기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경험을 쌓았다. 2승만큼이나 값진 수확이다. 조쉬 린드블럼(두산 베어스), 앙헬 산체스(SK 와이번스)와 맞대결에서 전혀 밀리지 않으며 강한 뱃심을 증명했다.

배제성은 28일 인천 SK 와이번스전에 선발등판, 7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다. 이 실점마저도 중견수 멜 로하스 주니어의 아쉬운 수비 탓에 나왔다. 최고구속 147㎞의 속구(36개)에 슬라이더(28개), 체인지업(20개)을 섞어 던지며 SK 타선에 맞섰다. 배제성이 마운드에서 버티는 동안 KT 타선은 SK 선발 산체스에게 꽁꽁 묶였고, 결국 KT는 0-1로 패했다. 배제성은 생애 첫 퀄리티스타트+(7이닝 이상 2자책 이하) 투구에도 시즌 3패(무승)째를 떠안았다.

KT는 4연패에 빠졌지만 배제성만큼은 두 경기 연속 빛났다. 직전 22일 수원 두산 베어스전에서는 5이닝 무실점으로 리그 최강 타선을 틀어막았다. 이날 두산 선발은 린드블럼이었다. 비록 불펜 방화로 배제성의 승리는 무산됐지만, 데뷔 후 최고의 호투라는 평을 받을만했다. 그리고 곧바로 다음 경기에서 데뷔 최고투 기록을 갈아 치웠다.

이강철 감독은 지난 주말 “(배)제성이가 린드블럼 상대로 잘 버텼는데 다음 주에는 산체스~린드블럼을 다시 만난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경험이 많지 않은 영건의 맞상대치고는 너무 강했다. 그러면서도 이 감독은 “그저 자신 있게 던졌으면 좋겠다. 오히려 부담은 덜하지 않겠나”라는 기대를 드러냈다. 배제성은 이에 정확히 부응했다.

두산전에서는 체인지업, 이날은 슬라이더가 결정구였다. 강력한 속구에 변화구 콤비네이션이 가능해지며 쉽사리 공략하기 힘든 투수로 거듭났다. 주위에서는 제구가 들쭉날쭉한 그를 두고 ‘멘탈이 약한 투수’로 평했지만, 이강철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속구에 대한 자신감을 불어넣기 위해 구사율 증가를 주문했고, 이를 통해 자신감과 제구 모두 해결했다.

투수는 상대 투수가 아닌 타자와 싸운다. 쉬운 명제이지만 젊은 투수일수록 이렇게 마음먹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배제성은 린드블럼~산체스~린드블럼과 3연전을 앞두고 “내가 언제 그런 투수들과 붙어보겠나. 잃을 게 없다는 마음으로 자신 있게 내 공만 던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금의 기세라면 앞으로 리그 정상급 에이스들과 붙을 기회는 수도 없이 주어질 전망이다. 배제성은 자신을 둘러싼 껍질 하나를 깼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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