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A 0…‘비선출’ 한선태의 순조로운 프로 적응기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4월 19일 10시 30분


LG 트윈스 한선태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엘리트 야구부 생활을 한 적이 없다. 지난해 열린 2019시즌 신인지명회의에서 지명을 받은 것만으로도 기적에 가까웠다. 올 시즌 2군에서 4경기에 등판해 5이닝 무실점을 기록 중인 한선태는 “절대 창피한 모습은 보이지 않겠다”며 1군에 올라갈 그날을 꿈꾸고 있다. 사진제공|LG 트윈스
LG 트윈스 한선태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엘리트 야구부 생활을 한 적이 없다. 지난해 열린 2019시즌 신인지명회의에서 지명을 받은 것만으로도 기적에 가까웠다. 올 시즌 2군에서 4경기에 등판해 5이닝 무실점을 기록 중인 한선태는 “절대 창피한 모습은 보이지 않겠다”며 1군에 올라갈 그날을 꿈꾸고 있다. 사진제공|LG 트윈스
모든 ‘미생’은 ‘완생’을 꿈꾼다. 10년 전, 야구에 흥미를 느꼈으나 모두에게 문전박대 당했던 15세 소년은 지금 프로 유니폼을 입고 있다. 하지만 그가 바라는 성공 스토리는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다. 한선태(25·LG 트윈스)는 KBO리그에 전례 없던 반전을 그리고 있다.

한선태는 지난해 열린 2019 KBO 신인드래프트 최고의 화제였다. LG는 2차 10라운드에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의 이력은 간단했다. 고교 졸업까지 엘리트 야구부 생활을 한 적이 없다. 중학교 3학년 때 처음 야구에 흥미를 느꼈지만 어느 학교에서도 그를 받아주지 않았다. 군 전역 후 꿈을 포기하지 않은 그는 지난해 8월 해외파 트라이아웃에 참가했다. 이대은(KT 위즈), 이학주(삼성 라이온즈) 등 쟁쟁한 이들 사이에서 가능성을 뽐냈고, 결국 LG의 부름을 받았다.

그는 퓨처스리그 개막 한 달여 만에 18일까지 4경기에 등판, 5이닝 무실점 투구를 기록하고 있다. 만일 한선태가 1군에 콜업돼 마운드를 밟는다면 그 자체가 역사인 동시에 여느 ‘육성선수 신화’를 넘는 스토리다. 또한 KBO리그에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게 된다. ‘미생’ 한선태는 그 순간을 위해 지금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 최고구속 145㎞! 순조로운 1군 적응기

-본격적으로 팀 훈련을 소화한 지 3개월 정도 지났다. 프로 생활은 어떤 것 같나?


“이천 숙소생활부터 경기 준비, 실전등판 등 모든 과정이 재미있다. 구단 관계자들과 선배들이 워낙 잘 챙겨준다. 내심 조직 생활에 대해 긴장도 많이 했는데 어려움 없이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다.”

-이제 막 4경기를 치렀을 뿐이지만 결과가 워낙 좋다.

“첫 3경기는 점수 차가 넉넉한 상황에서 던졌는데, 17일 이천 삼성 라이온즈전은 2점차에 등판했다. 내 공만 던지려고 했다. 특별히 긴장되진 않았다. LG 유니폼을 입고 첫 등판이 인하대학교와 연습경기였다. 당시에는 긴장됐지만 한 경기를 치르니까 정식경기 때는 크게 긴장되지 않았다. 매 경기 보완할 점이 나온다. 언젠가 실점도 하고 난타당할 수 있겠지만 그런 상황도 이미지트레이닝하고 있다.”

-가진 것보다 배울 게 더 많다는 평을 받았는데, 지금은 어떤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나?

“구종 추가보다 지금 있는 변화구(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를 가다듬고 있다. 직구 최고구속은 145㎞까지 나온다. 코치님들이 ‘속구에는 힘이 있으니 장타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변화구 싸움까지 한다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하신다. 변화구로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것이 지금 내게 가장 중요하다.”

● “벤치에서 경기 보는 것 자체가 공부”

LG 퓨처스팀에는 가득염, 김광수 코치가 투수 파트를 맡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와 KT를 거치며 1군 메인투수코치로 자질을 인정받은 가 코치의 존재는 한선태에게 천군만마다. 가 코치는 그에게 “넌 야구가 아니라 뭘 해도 성공했을 사람”이라고 매일 같이 칭찬한다. 선수출신이 아님에도 프로에 지명 받고 실전에 뛰고 있다는 자체가 대단하다는 의미다. 가 코치는 “아직 경험이 부족하긴 해도 자질이 워낙 좋다. 실전 등판 간격이 긴 것도 벤치에서 야구를 보며 배울 게 많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금 LG 2군에는 장원삼, 심수창이 있다. KBO리그를 대표했던 베테랑 투수들이다.


“정말 많이 배운다. 선배들이 가끔 내게 ‘대단하다’고 할 때가 있지만, 배울 게 훨씬 많다. 볼카운트나 주자 상황에 따른 투구 방법들을 배우고 있다. 앞으로도 옆에 붙어서 많이 배우고 싶을 뿐이다.”

-LG 1군 경기를 자주 챙겨보나? LG 불펜은 올 시즌 리그에서 손꼽힐 정도로 탄탄하다. 바꿔 말하면, 비집고 들어갈 틈이 많지 않다.

“1군 경기는 빼먹지 않고 매일 챙겨본다. (정)우영이나 (신)정락 선배처럼 사이드암 투수들이 워낙 잘 던진다. 하지만 아쉽다는 느낌은 전혀 없다. 준비 안 된 상태에서 1군에 올라가면 팬들을 실망시킬 뿐이다. ‘똥볼’을 던져서 뭐하겠나(웃음). 올해 목표는 2군 25경기 등판이다.”

-등번호 111번, 아직 육성선수일 뿐이지만 팬들은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각오 한마디 덧붙인다면.

“2군에서 잘 만들고 있다. 트레이닝 파트에서도 근력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했기 때문에 팀 훈련이 끝나고도 열심히 운동하는 중이다. 아직은 아득한 꿈처럼 느껴지지만 언젠가 1군에 올라간다면, 절대 창피한 모습은 보이지 않겠다. 가슴의 ‘트윈스’ 로고가 어울리는 투수가 되겠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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