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인처럼 지내던 하석주, 차범근 만나 눈물 왈칵…20년 만에 ‘결자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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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7월 5일 13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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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인처럼 지내던 하석주, 차범근 만나 눈물 왈칵…20년 만에 ‘결자해지’/SBS 제공.
죄인처럼 지내던 하석주, 차범근 만나 눈물 왈칵…20년 만에 ‘결자해지’/SBS 제공.
차범근 전 축구 국가대표 감독과 하석주 아주대 감독이 드디어 만났다. 가슴 속에 응어리진 게 많은 두 사람은 20년 만에 ‘우연하게’ 만나 뜨겁게 포옹했다.

SBS TV 시사교양 프로그램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는 5일 방송에서 차범근 전 감독과 하석주 감독이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이후 처음 만나는 모습을 방송한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특집 이벤트로 두 사람의 재회 자리를 마련했다.

차범근 전 감독과 하석주 감독은 아픈 기억을 공유하고 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조별리그. 당시 ‘왼발의 달인’으로 통하던 하석주는 멕시코와의 1차전에서 우리나라 월드컵 사상 첫 선제골을 기록, 잠시나마 16강 진출의 희망으로 들뜨게 했다. 하지만 불과 몇 분 뒤 무리한 백태클로 퇴장당하며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 국민의 비난을 한 몸에 받았다.

반짝 타올랐다 차갑게 식은 대표팀은 2차전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네덜란드에 0-5로 참패, 2연패로 일찌감치 예선 탈락이 확정됐다. 당시 지휘봉을 쥐고 있던 차범근은 대회 도중 경질되면서 화려하기만 했던 축구경력에 큰 오점을 남겼다.

하석주 감독은 차범근 전 감독이 경질이 자신 때문이라고 자책하며 죄인 된 심정으로 지내왔다고 토로했다. 하석주 감독은 지난달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차범근 전 감독 앞에서)얼굴을 못 들었다. 내가 도망 다녔다. 축구 행사에도 차범근 감독님이 계시면 피해 다녔다. 지금까지 그렇다”면서 “내가 뭘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언제까지 이럴지 모르겠지만 정말 좋은 자리에서 감독님 뵙고 감독님이 힘들게 살아온 부분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드리고 싶다”고 희망 사항을 전했다.

하석주 감독은 차범근 전 감독이 프로그램에 출연한다는 소식을 듣고 어렵게 용기를 내 최근 진행된 녹화장을 찾았다고 한다.

하석주 감독이 출연한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 차범근 전 감독은 녹화 도중 갑자기 등장한 하 감독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고, 하 감독은 차 전 감독을 보자마자 왈칵 눈물을 쏟았다. 두 사람은 서로 껴안은 채 한동안 아무 말 없이 흐느꼈다. 결자해지.

두 사람은 이어 20년 간 묵혀둔 사연과 이번 월드컵 경기 분석, 대한민국 축구의 과제 등에 관해 이야기했다.

녹화를 마친 하 감독은 “잊지 못할 시간이었다”고 후련한 표정으로 말했다.

차범근 전 감독과 하석주 감독의 극적인 재회는 5일 밤 11시 10분 방송한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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