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차의 드라마 쓴’ 롯데 조원우 감독, “모든 선수가 MVP”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9월 28일 05시 30분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롯데와 조원우 감독은 올해 끝났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조 감독은 롯데를 전반기 7위에서 3위까지 끌어 올리며 포스트시즌 티켓을 부산 팬들에게 선물했다. 스포츠동아DB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롯데와 조원우 감독은 올해 끝났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조 감독은 롯데를 전반기 7위에서 3위까지 끌어 올리며 포스트시즌 티켓을 부산 팬들에게 선물했다. 스포츠동아DB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롯데의 2017시즌은 드라마 ‘도깨비’의 대사를 빌리면 ‘돌이켜보면 모든 시간이 좋았다.’ 지금까지의 성취만으로도 롯데의 2017시즌은 드라마틱했고, 성공적이었다. 롯데 조원우 감독은 팀 체질개선과 가을야구라는 어쩌면 배치될 수 있는 두 가지 가치를 상당부분 충족시켰다. 후반기의 반전에 호응한 부산 팬들은 사직 100만 관중으로 보답했다. 인고의 시간을 견뎌내고, 결산의 기쁨을 맞고 있는 취임 2년차 조 감독의 소회를 들을 때가 왔다.

롯데 조원우 감독.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롯데 조원우 감독.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관리와 투혼의 절묘한 결합

-3위가 보인다.(웃음)


“욕심 없다면 거짓말이다. 하는 데까지 해보겠다.”

-지금까지 이룬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울 법하다.

“그렇다. 패배가 승리보다 8개나 많았던 적도 있었는데 이렇게(78승2무62패) 올라왔다. 돌이켜보면 관리가 잘 됐다. 지난해에는 처음 감독을 해서 막연히 잘 될 거라 생각했는데 어긋나는 일이 많더라. 올해는 번즈와 (전)준우가 옆구리근육 찢어졌을 때를 제외하고 아픈 선수 없이 잘 버텼다. 지난해에는 백업 준비가 안 되어 있었는데 이번에는 (외야에서) 이우민, 나경민이 역할 해줬고, (내야도) 문규현, 신본기, 김동한, 황진수까지 수비에서 잘 해줬다.”

-전반기만 해도 어렵겠다는 생각도 들었겠다. 특히 계약 마지막해라 더 조급했을 텐데.

“흐름만 잘 타면 올라갈 수 있다는 생각은 했다. 작년보다는 심적으로 편했다. 가진 것 없이 감독이 됐고, 아등바등 해서 감독된 것도 아니고… 지난해는 부담감도 있었고, 우왕좌왕도 했고, 힘들었는데…. 계약 마지막해라고 감독이 나선다고 해서 되는 거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

-치고 올라가겠다 싶었던 계기는?

“일단 역전승이 많았다. 특히 8월 첫째 주 LG전 3연패 이후 넥센을 만나서 3연승을 한 것이 포인트였다. 넥센이 에이스를 냈는데 모두 역전으로 잡으며 분위기 반등이 됐다.”

-3위까지 치고 갈 줄 알았나?

“당시만 해도 게임차가 많았다. 우리는 장기 플랜을 짤 수 없는 상황이었다. 매 경기에 집중하자고 했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후반기에 손승락이 힘든 상황에서 투혼을 발휘해줬다. 3연투도, 자진등판도 해줬다. 그 흐름을 넘기니 타선이 터지더라. 박진형, 조정훈까지 필승조가 완벽하게 구축됐다. 타선은 야수 전체가 투혼을 발휘했다. 강민호도 많이 힘들었을 텐데 묵묵히 자기 자리 지키며 내색 안 했다. 이대호는 벤치에서 파이팅 내고, 후배들을 다독거리고, 몸 안 좋은 거 아는데 ‘괜찮다’고 하고 나갔다. 손아섭, 전준우까지 감독으로서 고맙다.”

-지난해 1승밖에 얻지 못한 NC를 맞아 9승7패를 한 것도 소득이다.

“지난해 사실 매 경기 일방적으로 진 것은 아니었다. 고비를 못 넘었는데 ‘이게 힘이구나’라는 느낌도 있었다. 이대호가 와서 선수단 중심을 잡아주며 두려움 떨쳐낼 수 있었다. 첫 개막 3연전을 2승1패로 가져오며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롯데 조원우 감독.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롯데 조원우 감독.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 엔트리 모든 선수가 MVP

-온라인, 오프라인의 팬 반응 달라진 것이 실감나나?


“어느 팀이나 마찬가지다. 성적 안 나면 감독은 싫은 소리 듣고, 성적 나면 좋은 소리 듣는다.”

-혹시 ‘보석두’, ‘에메랄두’ 애칭은 들어봤나?(웃음)

“(웃음) 어휴~, 댓글은 절대 안 본다. 기사만 읽는다. 마음에 응어리가 질 수 있을 것 같다. 주변에서 얘기는 해준다. 결과가 말해주는 것 같다. 7~8등하면 당연히 팬들은 좋지 않은 얘기 할 수 있다. 잘하면 좋은 소리 듣는 것이고…. 감독이 감수해야 될 부분 아니겠나?(웃음)”

-사직구장에 다시 100만 관중이 왔다.

“포스트시즌 진출만큼이나 의미 있다. 경기가 끝나고 감독실에 앉아있으면 롯데 응원가 부르고 나가는 팬 분들의 소리가 다 들린다. 선수들이 열심히 해주니까 호응도 많이 해주시고, 열광도 해준다. 고맙고 흐뭇하다.”

26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열렸다. 롯데 야구팬들이 열정적인 응원을 펼치고 있다. 이날 전까지 홈 관중 996,267명을 기록 중이던 롯데는 이날 시즌 100만 관중을 달성했다. 사직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26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열렸다. 롯데 야구팬들이 열정적인 응원을 펼치고 있다. 이날 전까지 홈 관중 996,267명을 기록 중이던 롯데는 이날 시즌 100만 관중을 달성했다. 사직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1999년 이후로 롯데가 한국시리즈에 못 나가고 있다.

“하루살이다. 아직 2경기 남아있다. 너무 멀리까진 안 본다. 일단 정규시즌 잘 마무리 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얇은 선수층으로 드라마틱한 반전을 이끌어냈다.

“다 선수 덕이다. 선수들이 야구장에서 열심히 싸워줬다. 투혼에 감사한다. 모든 찬사는 선수가 받아야 한다.”

-프런트에도 할 말이 있을 것 같다.

“우여곡절 힘든 때가 많았는데 사장님, 단장님이 기다려주고, 현장에 모든 걸 맡겨주신 덕분에 내 야구 할 수 있었다. 고맙다. 팀이 안 되면 사장, 단장이 건드릴법한데 일체 그런 것이 없었다.”

-조 감독이 선정한 MVP를 꼽아달라.

“(웃음) 선수들 모두. 엔트리 막내부터 최고참까지, 못한 선수가 없다. 모든 선수들이 열심히 해서 여기까지 온 것이지 단 한 명의 선수 덕분에 온 것이라 생각 안한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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