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LG 1박2일 끝장승부의 비하인드스토리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6월 28일 11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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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끝장승부 LG-롯데전 전광판. 사진제공 | 롯데 자이언츠
1박2일 끝장승부 LG-롯데전 전광판. 사진제공 | 롯데 자이언츠
롯데 덕아웃에 내려가 전광판을 바라보니 0시10분이 넘어가 있었다. 정확히 28일 오전 12시9분에야 연장 12회말 경기가 끝났다. 27일 오후 6시31분 시작했으니 총 5시간38분이 걸린 것이다. 롯데가 11-10으로 LG를 이겼다. 끝장승부의 끝판왕인 ‘엘-롯라시코’ 역사에 길이 남을 일전은 많은 기록과 기억을 남길 것이다. 그 현장의 이면들을 목격자로서 증언한다.

● 레일리의 자원등판 요청

경기 직후 만난 롯데 조원우 감독은 말할 기력조차 없는 듯했다. 그의 첫마디는 부산 사투리로 “뭐 이런 경기가 다 있나?”였다. 바로 코치진을 소집해 “28일 저녁 LG전은 자율훈련으로 진행한다”고 통보했다. 소모가 극심했건만 그래도 “말도 안 되게”라도 이겨서 안도하는 기색이었다.

9회말 끝내기 찬스에서 이대호가 병살타를 치는 순간, 어려운 흐름을 직감했다. 앞서 9회초 수비에서는 강민호가 돌연 교체를 요청했다. 불리한 포석으로 연장전에 돌입했고, 10회초 LG 이천웅에게 만루홈런 포함, 5점을 잃었다. KBO 역사상 연장에서 5점차 열세를 뒤집은 팀은 없었다. 그런데 이 어려운 걸 롯데가 해냈다. 연장 10회말 6타자 연속 출루가 이뤄졌다. 7-10까지 따라붙은 무사만루에서 김문호가 싹쓸이 2루타를 터뜨렸다. 대타 이우민의 힘 없는 타구가 1루로 굴러가며 내야안타가 된 순간, 조 감독은 “뭔가 되겠다” 싶은 희망이 일었다.

그렇게 동점을 만들고, 연장 11회초 강동호를 올렸다. 롯데의 10번째 투수였다. 단일경기에 투수 10명이 등판한 것은 2010년 3월27일 LG 이후 역대 2번째 기록이었다. 그런데 강동호가 1사 후 LG 손주인의 등 위쪽 부위를 맞췄다. 헤드샷이 될 뻔한 순간이었다. 자동퇴장이 됐다면 롯데 불펜은 투수가 없었다.

조 감독은 잠깐 고민하더니 “아마 퇴장이었다면 레일리가 던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레일리는 29일 LG전 선발로 내정된 상태다. 그러나 투수가 없는 딱한 사정, 그리고 롯데의 어려운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먼저 “내가 오늘 던질 수 있다”고 자원했다. 실제로 스파이크까지 신었다.

롯데 조원우 감독, LG 양상문 감독.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스포츠동아DB.
롯데 조원우 감독, LG 양상문 감독.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스포츠동아DB.

● 결말까지 ‘엘-롯라시코’다웠다?

1982년 프로야구 원년부터 KBO리그에 참가한 구단인 롯데의 역대 최장경기 시간은 5시간33분이었다. 이것도 LG전(2016년 7월9일)이었다. 27~28일 1박2일 승부를 통해 기록을 돌파한 것이다. 20분만 더 했었으면 KBO 역대 기록(2009년 5월21일 LG-KIA전, 5시간58분)을 세울 수 있었다.

롯데가 투수 10명을 썼다면 LG는 야수 엔트리 전원을 소진했다. 연장 12회초 LG의 마지막 타자는 투수 이동현이었다. 연장 12회말 마지막 타자였던 롯데 전준우는 이날만 7타수(3안타)를 기록했다. 전준우의 안타로 경기가 끝났지만 타점은 아니었다. 게임을 종결한 끝내기점수는 LG 중견수 안익훈의 안타 타구를 뒤로 흘린 실책으로 나왔다. 결말까지 ‘엘-롯라시코’다웠다.

롯데 김문호는 경기 직후 “이겨서 기쁜데 일단 집에 가서 자고 싶다”고 말했다.

사직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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