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와 이승엽은 1루에서 무엇을 얘기했을까?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4월 17일 05시 30분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삼성 이승엽(왼쪽)과 올해 KBO리그로 돌아온 롯데 이대호는 소속팀의 전설로 통한다. 14일 사직 3연전 도중 1루에 나란히 선 이승엽과 이대호.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삼성 이승엽(왼쪽)과 올해 KBO리그로 돌아온 롯데 이대호는 소속팀의 전설로 통한다. 14일 사직 3연전 도중 1루에 나란히 선 이승엽과 이대호.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2017년 KBO리그의 핵심 테마는 롯데 이대호(35)와 삼성 이승엽(41)이다. 롯데야구의 중흥을 위해 컴백한 이대호는 성장 정체의 기로에 선 KBO리그의 흥행 엔진으로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예고 은퇴를 선언한 이승엽의 행보는 이제 모든 기록의 순간이 전설로 기억될 것이다. 두 명의 거대한 ‘현역 레전드’가 14일부터 시작된 삼성-롯데의 사직 3연전에서 시즌 처음으로 조우했다. 양 팀은 이 3연전을 ‘클래식시리즈’로 명명해 둘은 1980년대 ‘올드 유니폼’을 입고 마주했다. 롯데와 삼성의 현역 전설이 과거의 유니폼을 입고 한국야구의 미래를 말하고 있었다.

15일 경기 직후 만난 이대호는 “(이)승엽 선배랑 워낙 친하다. ‘은퇴를 한다니 후배 입장에서 마음이 아프다’고 얘기를 전했다”고 말했다. 14일 첫 대결 직전 훈련 때, 잠깐 스쳐지나갈 때부터 이대호는 깍듯하고, 살갑게 이승엽을 챙겼다. 서로를 고수(高手)로서 인정해주는 두 타자는 승부 세계의 엄혹함을 잠시 비껴난 듯, 긴장과 허세를 내려놓고 편안한 얼굴로 한담을 나눴다.

롯데 이대호-삼성 이승엽(오른쪽).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롯데 이대호-삼성 이승엽(오른쪽).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이대호가 아직 기량이 쇠퇴하지 않았음에도 은퇴를 결행하려는 이승엽의 결정을 아쉬워하자 이승엽도 “네가 돌아오니 팬들이 야구장에 많이 온다”고 화답했다. 이승엽은 잘 표현하지 않을 뿐, KBO리그의 상징적 타자로서 한국 최고 인기스포츠로의 KBO 위상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마침 비슷하게 큰 그림을 볼 수 있는 위치에 선 후배 이대호를 만나자 살짝 진심을 드러낸 셈이다. 이대호는 “승엽 선배가 야구장에 팬이 감소한 것 같아 안타까워하더라. 많이 찾아오시도록 더 열심히 하자고 했다”고 의기투합의 마음을 전했다.

14일 이대호가 롯데 1루수로 출장하자 타자로 나선 이승엽이 출루했을 때, 짧은 순간임에도 대화는 또 이어졌다. 15일에는 이승엽도 1루수로 나왔다. 치열한 상황에서 집중을 놓치지 말아야했기에 간헐적이었지만 둘이 1루에서 대화할 기회는 잠깐이나마 더 늘어났다. 이대호는 16일에도 1루수로 출장하며 지명타자 이승엽과의 ‘만남’을 기다렸다. 이승엽이 떠나는 2017시즌을 끝으로 다시는 볼 수 없을 역사적 장면의 한 페이지가 그렇게 지나갔다.

사직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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