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밤하늘에 김보름이 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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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속 세계선수권 매스스타트 첫 금
3바퀴 남기고 4위로 치고 올라가 마지막 곡선주로서 선두 日선수 추월
0.11초차 우승 세계1위 자존심 지켜… “어제 생일이었는데 값진 선물 받아”

한국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의 간판 김보름(24)은 1993년 정월 대보름에 태어나 보름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양력으론 2월 6일이지만 음력으론 대보름이 생일이었다. 김보름이 생일 대보름달이 뜬 다음 날 의미 있는 금메달을 획득하며 2018 평창 겨울올림픽 금메달 가능성을 높였다.

김보름은 12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장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매스스타트에서 8분00초79로 금메달을 따냈다. 김보름은 마지막 곡선 주로를 돌면서 직선 주로에서 스퍼트해 다카기 나나(일본)를 0.11초 차로 제치고 극적인 역전 우승을 일궈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아깝게 은메달에 머물렀던 김보름은 안방에서 생애 첫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따냈다.

김보름은 “어제 미역국을 못 먹었는데 그 어느 때보다 값진 선물을 받은 것 같다”며 보름달처럼 활짝 웃었다.

올 시즌 4차례의 월드컵에서 금메달 2개, 동메달 2개로 세계랭킹 1위에 오른 김보름은 총 16바퀴(6400m)를 도는 경기에서 3바퀴를 남기기 전까지 체격 조건이 좋은 외국 선수들과 치열하게 몸싸움을 하며 추월 기회를 엿봤다. 3바퀴째 4위로 선두권에 붙은 김보름은 마지막 1바퀴를 남기고 쇼트트랙 선수 출신답게 레인 안쪽으로 빠르게 파고들며 앞으로 치고 나왔고 결국 1위를 달리던 다카기까지 따라 잡았다.

김보름은 “세계랭킹 상위권 선수들의 움직임을 의식하고 있었는데 다른 선수들도 치열하게 몸싸움을 해 많이 당황했다. 약 반 바퀴를 남기고 앞에 달리던 네덜란드 선수가 넘어졌는데 그 전에 안쪽으로 파고들었기 때문에 잘 피할 수 있었다”며 “마지막 코너를 돌면서 일본 선수는 꼭 추월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힘을 냈다”고 말했다.

한편 남자 1500m에서는 고교생 국가대표 김민석(18·평촌고)이 자신의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깜짝 5위에 올랐다. 1분46초05를 기록한 김민석은 세계랭킹 3위인 조이 맨티아(미국·1분46초70), 세계랭킹 5위 패트릭 로스트(네덜란드·1분46초16)를 뛰어넘었다.

이날 3위를 한 스벤 크라머르(네덜란드·1분45초50)와도 단 0.55초 차이밖에 나지 않아 내년 평창 올림픽의 새로운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강릉=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세계선수권 매스스타트#김보름#스벤 크라머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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