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강원도 평창 눈밭에는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최초의 기록을 새기기 위한 스키·스노보드 국가대표 선수들의 굵은 땀방울이 가득하다. 메달 불모지로 한때는 ‘무모한 도전’으로 취급받았지만 선수들은 도전을 멈추지 않고 ‘무한도전’을 계속 해왔다.
크로스컨트리 이채원 경기모습. 동아일보DB
크로스컨트리 스키 이채원의 위대한 도전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스스로에게 몇 번이고 물어본 말이다. 2011년 출산 후 다시 몸을 만들던 크로스컨트리 이채원(36)은 육아와 살림에 운동까지 ‘3중고’를 견뎠다. 가만히 아이를 보고 있다가 저절로 눈물이 나기도 했다. “모든 걸 내려놓고 싶기도 했어요. 딸을 떼어놓고 운동하니 마음도 더 아팠고요. 그런데 저도 뭔가를 남기고 싶더라고요. 후배들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었고요.”
이채원이 평창 알펜시아 크로스컨트리 경기장 에서 극동아시안컵을 마치고 환하게 웃고 있다.이채원은 4일 평창 겨울올림픽 테스트이벤트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크로스컨트리 월드컵 스키애슬론 15km에서 역대 최고인 12위에 오르며 한국 크로스컨트리의 역사를 새로 썼다. 막내로 국가대표를 시작했던 이채원은 어느덧 최고참이 되어 평창 올림픽 크로스컨트리 팀을 이끈다. “그나마 은서(딸)가 많이 커서 엄마가 스키 타는 걸 이해해줘요. 경기 때도 와서 ‘엄마 파이팅 힘내∼’ 이렇게 말도 해주고요.”
이채원에게 평창 올림픽 출전은 5회 연속 올림픽 출전이다. 한국 여자 선수로는 최다 출전이 된다. 마음 같아서는 ‘스피드스케이트 간판’ 이규혁이 이룬 여섯 번 출전도 욕심이 난다. “선수생활을 유지한다는 게 1년마다 다르더라고요. 원래는 약도 잘 안 먹었는데 이제는 종합비타민, 오메가 3, 한약까지 몸에 좋다는 건 다 챙겨먹고 있어요(웃음). 나이에는 신경이 안 쓰여요. 정말 체력만 된다면 마흔 넘어서도 할 수 있죠.”
고향인 평창에서 선수생활 최고의 기록을 남기자는 게 그의 목표다. “당연히 금메달 따고 싶은데 워낙 세계 벽이 높잖아요. 그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 갖고 성적을 내고 싶어요.”
스노보드 알파인 팀 이상헌 코치(왼쪽), 이상호 선수. 스노보드 알파인 이상호의 최초 메달 도전
199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 스노보드는 ‘제도권’이랄 게 없는 ‘마니아’들의 세계였다. 지금 스노보드 알파인 팀을 이끌고 있는 이상헌 코치가 그런 마니아 중 한 명이었다. 대학생 시절 아르바이트로 카드를 돌려 막으면서 스노보드를 탔다. ‘1세대’니 당연히 코치도 없었다. 이 코치는 선수생활을 하면서도 코치를 겸했다. 월드컵 출전도 어려웠던 실력으로 올림픽 출전은 어림도 없었다. 한국 스노보드는 2010년 밴쿠버 올림픽 때 하프파이프 김호준이 최초 올림픽 출전자였다.
같은 스노보드 팀이었지만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던 알파인 팀은 밴쿠버 올림픽 기간에 평창에서 훈련을 하고 있었다. 알파인에서는 김상겸이 2014년 소치 올림픽에 출전한 게 최초지만 16위까지 오르는 결선 문턱 코앞에서 미끄러져 아쉽게 17위로 첫 도전을 마쳤다.
하지만 이제 월드컵 결선 진출은 물론 포디엄(시상대)에 오르는 것도 남의 일이 아니게 됐다. 올 시즌 스노보드 알파인에서는 이상호가 이탈리아 카레자에서 열린 FIS 스노보드 월드컵 평행대회전에서 역대 한국 최고기록인 월드컵 4위에 오른 것부터 시작해 이탈리아 라비그노에서 열린 유로파컵 평행대회전 대회에서는 한국인 선수 3명이 동시에 포디엄에 오르는 새 역사를 썼다.
이제 이들의 눈은 더 높은 곳을 향해있다. 스노보드 알파인 팀은 12일부터 보광 스노경기장에서 평창 올림픽 테스트이벤트로 열리는 FIS 평행대회전 월드컵에서 한국 최초 월드컵 메달을 노린다. 이들의 다음 목표는 당연히 평창 올림픽 메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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