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포크볼러’ 롯데 조정훈의 마지막 기회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12월 19일 05시 30분


‘비운의 포크볼러’로 불리는 롯데 조정훈이 다시 한번 기회를 얻는다. 2011년 이후 단 한번도 1군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지만 절치부심 끝에 내년 부활을 다짐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비운의 포크볼러’로 불리는 롯데 조정훈이 다시 한번 기회를 얻는다. 2011년 이후 단 한번도 1군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지만 절치부심 끝에 내년 부활을 다짐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롯데가 ‘비운의 포크볼러’ 조정훈(31)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준다. 롯데 복수의 관계자는 18일 “롯데가 조정훈과 2017시즌 연봉 재계약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정훈은 2011년부터 무려 6시즌 동안 1군 무대에서 단 1경기도 던지지 못한 투수다. 보통의 상황이라면 방출이나 은퇴가 수순이다. 그러나 롯데는 어깨와 팔꿈치의 수술이 거듭되는 상황 속에서도 조정훈의 재기를 향한 끈을 놓지 않았다. 미국, 일본을 가리지 않고 수술할 곳을 알아봐줬고, 트레이닝 파트에서 헌신적으로 재활을 도왔다. 단 1경기도 던지기 쉽지 않은 현실을 알고 있음에도 2016시즌 연봉 5200만원에 재계약을 해줬다.

조정훈은 2005년 1라운드 1차지명으로 롯데에 입단했다. 이후 2009년 ‘당대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던 포크볼을 앞세워 KBO리그의 다승왕으로 우뚝 섰다. 14승(9패)에 방어율 4.05를 기록하며 무려 182.1이닝(175탈삼진)을 던졌다. 그러나 갑작스레 불어난 투구이닝을 견디지 못한 탓이었는지 2010년 62이닝 투구를 끝으로 수술과 재활이 반복됐다.

시간이 흐르며 조정훈의 재활을 돕는 롯데의 생각도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에이스 투수를 회복시켜 선발진을 재건한다’는 차원이었다면 2016년 수술 이후부터는 ‘롯데를 위해 공헌한 선수의 마지막 무대를 배려하기 위한’ 것으로 재활의 목적도 변했다. ‘단 1경기라도 1군 마운드에서 던지고 조정훈이 은퇴하는’ 인간승리의 스토리를 지원하는 것이다.

롯데 조정훈. 스포츠동아DB
롯데 조정훈. 스포츠동아DB

조정훈도 2017시즌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일 수 있음을 짐작하고 있다. 롯데 관계자에 따르면 “매스컴에 자신의 이름이 언급되는 것 자체도 조심스러워한다. 스스로가 이제 현역 생활의 기로에 서 있는 시간임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롯데 조원우 감독도 일부러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배려한다. 조정훈 얘기가 나오면 희망적인 바람보다는 “없는 전력이라고 생각한다”고 일부러 초연하게 말하는 이유다. 다만 조정훈의 재활 상황은 꼼꼼히 챙겨보고 있다.

조정훈이 1군 마운드로 돌아올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그러나 재활을 위한 몸부림은 롯데 구단이 너무 잘 알고 있다. 냉정한 프로 비즈니스 세계임에도 롯데가 재계약을 해준 배경이기도 하다.

2016시즌 막판 길고 긴 재활을 끝내고 SK 전병두가 은퇴했다. 이제 2017년 조정훈의 ‘끝내기’가 남았다. 해피엔딩이 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다만 롯데는 조정훈의 ‘짧고 굵은’ 야구인생의 마무리를 조건을 구하지 않고, 돕고 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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