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사상 최대 도핑 스캔들… 평창올림픽 ‘먹구름’

  • 동아일보

IBSF, 소치 세계선수권대회 개최권 전격 박탈

 러시아 정부의 주도 아래 이뤄진 사상 최대의 도핑 스캔들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넘어 평창 겨울올림픽과 러시아 월드컵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IBSF)은 내년 2월 13일부터 러시아 소치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세계선수권대회를 다른 도시에서 치르겠다고 13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새 개최지에 대해서는 “수일 내에 밝히겠다”고 말했다.

 IBSF가 서둘러 개최지 변경을 공표한 건 대회를 보이콧하겠다는 선수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영국 같은 스포츠 강국을 비롯해 지난 시즌 스켈레톤 세계랭킹 1위 마르틴스 두쿠르스(32)의 모국 라트비아까지 이미 대회 불참을 선언했다. 선수들이 ‘소치에 가지 않겠다’고 하는 건 러시아 선수들 사이에 도핑(약물을 써서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행위)이 만연한 데 대한 항의 표시다.

 캐나다 법학 교수 리처드 매클래런이 이끄는 세계반도핑기구(WADA) 독립위원회는 8일 “러시아가 소변 샘플을 바꿔치는 방식으로 국제대회 도핑 테스트를 무력화했다. 30여 개 종목 1000여 명이 연루돼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 위원회는 리우 올림픽을 앞두고도 보고서를 냈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일부 선수에 대해서는 리우 올림픽 출전을 허용하는 등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자 이번에 두 번째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번 보고서에는 IOC가 1차 보고서에서 의혹 수준이라며 깎아내렸던 부분이 사실에 부합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AP통신은 “이 보고서를 IOC가 받으면 평창 올림픽에 러시아 선수단의 참가를 금지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역시 사견임을 전제로 “이렇게 교묘한 방식으로 도핑 테스트를 피하려 한 선수나 임원은 올림픽에서 영구제명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각국 반도핑위원회 수장들은 “러시아가 반(反)도핑 프로그램을 완벽히 지킬 때까지 러시아에서는 어떤 국제 스포츠 행사도 열려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바흐 위원장 의견대로 러시아가 평창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하게 되면 대회 흥행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IOC에서 추가로 샘플을 조사하고 있어 달라질 수 있지만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러시아는 2014년 소치 대회 때 금메달 13개로 종합순위 1위를 차지한 겨울 스포츠의 강국이다.

 2018년 월드컵 축구대회도 러시아가 아닌 다른 국가에서 열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덴마크 반도핑위원회 미카엘 아스크 위원장은 “이런 행태를 되풀이하는 러시아는 스포츠 현장에서 퇴출돼야 한다. 월드컵 같은 대회도 개최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외 언론들도 “추가 도핑 사실이 밝혀지면 월드컵 개최권을 박탈해야 한다는 여론이 더 거세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월드컵은 현실적으로 개최지를 바꾸기가 어렵다는 의견이 다수다. 일정이 촉박한 데다 이미 대륙별 예선을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러시아 도핑 스캔들#리우올림픽#평창 올림픽#ibs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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