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원하는 ML식 시스템, 힐먼이면 될까?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10월 28일 05시 30분


SK가 27일 트레이 힐먼(왼쪽) 전 휴스턴 벤치코치를 신임감독으로 선임했다. SK는 민경삼 단장(오른쪽)이 직접 미국으로 건너가 감독 인터뷰를 진행한 뒤 최종 결정했다. 사진제공 | SK 와이번스
SK가 27일 트레이 힐먼(왼쪽) 전 휴스턴 벤치코치를 신임감독으로 선임했다. SK는 민경삼 단장(오른쪽)이 직접 미국으로 건너가 감독 인터뷰를 진행한 뒤 최종 결정했다. 사진제공 | SK 와이번스
결국 SK의 선택은 트레이 힐먼(53)이었다. 일본과 메이저리그 감독 경력이 있는 힐먼에게 역대 최고 수준의 계약을 안기며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SK는 27일 힐먼 휴스턴 벤치코치를 6대 감독으로 선임했다. 지난주 사장과 단장이 미국 현지에서 힐먼과 과거 인스트럭터로 인연을 맺은 조이 코라 피츠버그 3루코치, KBO리그에서 뛴 경험이 있는 스캇 쿨바 볼티모어 타격코치까지 총 3명이 인터뷰를 진행했고, 이날 미국 현지에서 민경삼 단장이 최종적으로 힐먼과 계약에 합의했다.

계약조건은 2년간 총액 160만달러(계약금 40만달러, 연봉 60만달러)로 약 18억원에 달한다. 2년 계약 기준으로 역대 최고액이며, 류중일 전 삼성 감독이 2013년 말 재계약하면서 받은 KBO리그 사상 최고액인 3년 21억원(계약금 6억원, 연봉 5억원)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니혼햄 시절 힐먼 감독
니혼햄 시절 힐먼 감독

● 염경엽과 힐먼, SK가 원한 디테일

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2008~2010년)에 이어 역대 2번째 외국인 감독이다(재일동포는 제외). SK는 “최근 4년간 부진한 성적에 대한 반성”이라고 외국인감독 영입 배경을 밝혔지만, 악화된 여론으로 인해 영입이 불가능해진 염경엽 전 넥센 감독과의 연관성을 지울 수 없다. 시즌 도중 SK와 염 감독이 ‘사전접촉’을 했다는 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퍼지면서 여론은 악화됐다. 결국 ‘제로베이스’에서 출발했고, 힐먼이 감독으로 오게 됐다.

SK는 그동안 실패한 성적에 대한 책임을 감독의 리더십으로 돌렸다. 김성근 감독 이후 계속 이전 감독과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사령탑을 영입해왔고, 급기야 외국인감독까지 가게 됐다. SK가 염 감독에 대한 관심을 가졌던 것도 김용희 전 감독이 보여주지 못한 ‘디테일적인 측면’에 대한 기대였다.

힐먼 감독은 니혼햄 감독 시절(2003~2007년) 미국 출신 지도자답지 않게 일본야구의 특성을 받아들여 ‘스몰볼’적인 측면도 선보였다. 당시 40대 젊은 지도자 힐먼은 만년 하위권이던 팀을 2006년과 2007년 2년 연속 퍼시픽리그 우승으로 이끌었고, 2006년에는 팀에 44년 만에 일본시리즈 우승까지 안겼다. 이후 텍사스, 샌디에이고, 뉴욕 양키스의 러브콜을 받았고, 2007년 말 캔자스시티 감독으로 부임했다. 다만 메이저리그에선 끝내 팀을 하위권에서 탈출시키지 못하고 3년차인 2010년 5월 시즌 중 해임됐다. 이후 LA 다저스(2011~2013)와 휴스턴(2015~2016)에서 벤치코치를 했다.

LA 다저스 시절 힐먼.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LA 다저스 시절 힐먼.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SK가 원하는 건 ML식 시스템

힐먼은 SK가 오랜 시간 추구해온 ‘스포테인먼트’에도 부합한다. 2004년 훗카이도로 연고지를 옮긴 니혼햄이 다양한 팬 친화 마케팅으로 지역 사회에 뿌리내리는데 공헌하기도 했다. 아시아 야구에 대한 높은 이해는 낯선 KBO리그 적응시간을 줄여줄 것이다. SK는 그동안 말해온 시스템야구 속에서 힐먼이 성적을 내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미 역량은 검증됐다는 판단이다.

또한 SK가 추구해온 메이저리그식 야구, 즉 현장과 프런트의 확실한 역할구분에 따른 야구를 구현하기 위한 최적의 조건이 형성됐다. 힐먼은 마이너리그 감독 생활(1990~2001)을 오래 한데다, 육성 분야 프런트(2002 텍사스 육성이사, 2014 뉴욕 양키스 육성 특별보좌) 경험으로 이해도도 높다. SK가 프런트 야구를 하기엔 좋은 조건이다.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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