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돌풍 잠재운 ‘오지현의 침착함’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6월 27일 05시 45분


오지현(가운데)이 26일 경기도 안산시 아일랜드 골프장에서 열린 KLPGA 투어 BC카드 레이디스컵 최종 4라운드에서 연장 접전 끝에 데뷔 2승째를 거뒀다. 우승이 확정되자 동료들이 물을 뿌리며 오지현의 우승을 축하해주고 있다. 사진제공|KLPGA
오지현(가운데)이 26일 경기도 안산시 아일랜드 골프장에서 열린 KLPGA 투어 BC카드 레이디스컵 최종 4라운드에서 연장 접전 끝에 데뷔 2승째를 거뒀다. 우승이 확정되자 동료들이 물을 뿌리며 오지현의 우승을 축하해주고 있다. 사진제공|KLPGA
18번홀·연장 첫 홀 극적인 연속 버디
BC카드 레이디스컵 역전 우승 환호
여고 성은정 마지막홀 OB로 우승놓쳐

오지현(20·KB금융그룹)이 극적인 승부 끝에 투어 통산 2승째를 따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BC카드 한국경제 레이디스컵(총상금 7억원)에서 연장 접전 끝에 짜릿한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26일 경기도 안산시 대부도의 아일랜드 골프장(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일 4라운드. 새로운 스타의 탄생에 이목이 쏠렸다. 여고생 골퍼 성은정(17·금호중앙여고2)이 3라운드까지 단독선두를 달리며 2012년 4월 롯데마트여자오픈 김효주(당시 17세)에 이어 4년여 만에 아마추어 우승자의 탄생을 예고했다.

성은정은 우승에 한발 한발 다가섰다. 71번째 홀까지 3타 차 선두를 달리며 우승을 예약했다. 그러나 마지막 홀에서 예상치 못한 참사가 일어났다. 티샷을 OB구역으로 날린 데 이어 네 번째 샷을 그린 앞쪽 긴 러프에 빠뜨리면서 위기를 자초했다. 6번째 샷으로 겨우 그린에 올라온 성은정은 더블보기 퍼트마저 실패하면서 트리플보기를 적어냈다. 먼저 경기를 끝낸 최은우(21·볼빅)와 10언더파 278타 동타가 됐고, 뒤이어 오지현의 버디 퍼트가 홀 안으로 떨어지면서 연장전에 돌입했다.

3명 중 유일하게 우승을 경험한 오지현이 마지막에 웃었다. 작년 11월 ADT캡스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맛봤다.

오지현은 침착했다. 세 번째 샷으로 공을 홀에 가장 가깝게 붙이면서 상대를 압박했다. 최은우의 버디 퍼트가 홀을 비꼈고, 성은정의 버디도 홀 오른쪽으로 살짝 벗어났다. 오지현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버디 퍼트를 홀에 집어넣으면서 드라마 같은 역전 우승을 만들어 냈다. 오지현은 18번홀에서만 두 번의 버디를 잡아내며 연장 그리고 우승이라는 극적인 승부를 연출했다.

오지현은 “진짜 힘든 하루였다. 큰 선물을 받은 것 같다”면서 “오늘 계속해서 퍼트 난조로 애를 먹었다. 기회를 살리지 못해 심적으로 부담이 컸지만 마지막까지 (흐름이 무너지지 않도록) 리듬만 생각하면서 경기했다. 끝까지 참고 경기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며 기뻐했다. 우승상금 1억4000만원을 획득한 오지현은 상금랭킹 6위(2억7900만원)로 수직상승했다.

우승은 놓쳤지만 성은정은 차세대 한국여자골프의 재목으로 눈도장을 받았다. 성은정은 2012년 국가상비군을 거쳐 2013년 국가대표로 활동한 유망주다. 송암배, 일송배 등 국내의 굵직한 아마추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2014년 US여자아마추어 퍼블릭링크스 준우승, 2015년 US여자주니어챔피언십 우승 등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다. 프로 무대에서도 만만치 않은 실력을 보여 왔다. 작년 KDB대우증권클래식에 추천 선수로 나와 준우승을 차지했다.

175cm의 큰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장타가 일품으로 벌써부터 ‘제2의 박성현’으로 주목받고 있다. 드라이브샷으로 평균 260야드는 가뿐하게 보내고 세게 치면 290야드 이상까지 날리는 괴력의 소유자다. 또 시원시원하고 거침없는 성격도 닮았다. 2라운드 후 박성현과의 경기를 앞뒀던 성은정은 “(박)성현언니와 이렇게 빨리 만날 줄은 몰랐다”고 기대감을 보인 뒤 “그러나 (상대가 누구든) 신경을 쓰면서 경기하는 성격이 아니다”며 승부에만 신경을 썼다. 아쉽게 역전패를 당했지만, 모처럼 ‘대형 신인’으로 탄생할 가능성은 충분히 보여줬다.

한편 상금랭킹 1위 박성현(23)은 이날 3타를 줄였지만, 1타가 모자라 연장에 합류하지 못하고 공동 4위(9언더파 279타)로 대회를 마쳤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