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 따라 잡기]부상? 먹튀?… 로저스만이 아는 진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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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스 방출, 한화에 무슨 일이…

김성근 한화 감독과의 불화설에 이어 태업 등 많은 논란을 일으키다 결국 한국 프로야구 무대를 떠나게 된 로저스. 동아일보DB
김성근 한화 감독과의 불화설에 이어 태업 등 많은 논란을 일으키다 결국 한국 프로야구 무대를 떠나게 된 로저스. 동아일보DB
“로저스는 이미 고향으로 돌아가겠다고 마음을 굳힌 상태였다. 그러나 어머니가 설득해 경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그 대신 ‘100%의 힘으로 던지지는 않겠다’고 마음먹은 걸로 알고 있다.”

외국인 투수 로저스(31)가 1군 무대에 막 복귀한 지난달 중순 한화 구단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가 전한 말이다. 스프링캠프 때 머리를 오렌지색으로 염색한 문제로 갈등을 빚은 김성근 감독에게 앙금이 남아 있지만 효심이 깊은 로저스가 어머니 뜻을 저버리기 힘들어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한화는 지난해 지정병원에서 로저스 어머니가 어깨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로저스 어머니와 돈독한 관계를 맺어 왔다.

결과만 놓고 보면 이 소문이 현실이 됐다. 로저스가 한화를 떠나게 됐기 때문이다. 로저스는 한 팬이 24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을 통해 수술 여부를 묻자 “수술을 받게 돼 올해 뛸 수 없게 됐다”고 답했다. 한화도 이날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로저스를 웨이버 공시해달라고 요청하며 외국인 선수 교체 수순을 밟기 시작했다.

로저스는 4일 대구에서 삼성을 상대로 한국 무대 마지막 등판을 기록했다. 로저스는 이날 3회 투구 도중 팔꿈치가 아프다며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이틀 뒤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결과 팔꿈치 인대가 손상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한화로서는 역대 프로야구 외국인 선수 최고 몸값(190만 달러)을 투자한 선수를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한화 구단은 “시간을 충분히 줄 테니 재활을 해보자”며 로저스를 달랬다. 그러나 로저스는 딱 한 번 연습 투구를 한 뒤 다시 공을 잡지 않고 구단에 “수술을 받겠다”는 뜻을 전했다.

결국 로저스는 올해 2승 3패, 평균자책점 4.30을 기록한 채 한국 무대를 떠나게 됐다. 10경기에 등판해 완봉승 3차례를 포함해 6승 2패, 평균자책점 2.97을 기록했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태업 의혹이 사실이었는지는 로저스 자신만이 알 것이다. 단, 군사용 레이저 기술을 활용해 투구 정보를 알려주는 ‘트랙맨 베이스볼’ 자료를 보면 흥미로운 결과가 나타난다. 로저스는 지난해 전체 투구 중 52.7%가 빠른 공(속구)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빠른 공 비율이 37.9%로 줄었다. 빠른 공 평균 속도도 지난해 시속 149.1km에서 올해 145.5km로 줄었다.

피로 누적도 의심해 볼 수 있다. 원래 불펜 투수였던 로저스는 지난해 경기당 평균 7과 3분의 2이닝 정도를 던졌다. 전문 선발 투수에게도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게다가 한화가 올 시즌 1차 스프링캠프를 차린 일본 고치는 너무 추웠다. 한화가 캠프를 꾸린 1월 15일∼2월 15일 고치의 평균 기온은 12.4도에 머물렀다. 두산이 캠프를 차린 호주 시드니는 같은 기간 평균 28.1도였다. 날씨가 추울수록 투수들이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데 애를 먹는다.

프로야구 관계자들 사이에는 이미 한화의 ‘7월 위기론’이 고개를 들고 있었다. 최근 6연승을 거두기도 하는 등 김 감독의 ‘다걸기(올인)’ 전략이 효과를 내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내일 전력을 오늘 끌어다 쓰는’ 모양새였기에 장기적으로는 한계가 분명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로저스가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이 전망이 현실이 될 확률도 더욱 높아졌다.

한화는 교체 외국인 투수 영입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교체 외국인 투수가 이전 투수보다 무조건 기량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로저스도 지난해 교체 외국인 투수로 한국에 왔다. 다만 외국인 선수와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큰손’ 노릇을 한 한화 구단에 ‘실탄’이 얼마나 남아 있을지가 의문이다. 한화는 로저스에게 올 시즌 연봉도 모두 지급해야 한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한화 로저스#김성근 감독#웨이버 공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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